하프시코드는 다른 이름으로 쳄발로라고도 불리는데 이탈리아식 이름이 쳄발로이고, 영어식 이름이 하프시코드라고 한다. 소리는 뭐랄까 바로크같다.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바로크같은 소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영롱하다고 하기에는 그 정도는 아니고, 감미롭다고 할 수는 없고, 들어보면 '딱' 중세유럽의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사실 중세음악의 대표적인 악기라서 그렇게 뇌 속에 각인되어서 바로크같은 소리라고 내 스스로 표현한다.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지만, 어느날인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을 틀어 듣고있었는데, 이 하프시코드가 메인으로 사용된 음악을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우아하면서도 좋아서 집에 돌아와서 그 음악을 다시 찾아보려고 그 시간대의 라디오 프로와 방송된 연주곡 리스트를 뒤져서 결국 찾아냈다.
그 음악은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1번 D단조'로 나중에 꼭 한번 들어보시라.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곡으로 듣기를 추천한다. 피아노 버전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음악을 듣다보니 하프시코드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는데, 생긴 것은 그랜드 피아노를 미니미니하게 만들었달까? 또는 찌부러뜨린 것과 같은 형상에 건반은 2단으로 되어있고, 건반의 색이 피아노와 반대로 메인건반이 검정색이다.
피아노와 유사하게 생겨서 피아노의 아버지격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고 하는데, 근본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소리를 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데, 피아노는 현을 해머로 내리쳐서 잔향이 남는 방식이라면,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기구가 올라가면서 '플렉트럼'이라는 장치가 위로 현을 튕기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잔향이 적어 피아노와 같은 은은한? 소리를 낼 수는 없다고 한다. 악기라는 것이 소리를 내는 방식이 다르면 다른 분류로 치는 것 같다.
이런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생긴 형상과 건반악기라는 점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피아노의 원조라고 오해하기 쉽다. 사실 나도 그렇게 오해해왔고, 앞서 언급한 음악을 들은 후, 급 관심이 생겨 찾아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마치 네안네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라고하면 조금 더 비슷한 비유일까?
문득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거나 (겪는다면 슬픈 일이겠다) 또는 실수하는, 즉 생긴 것만 보고 내 경험만으로 판단해서 그 속내와 본질을 오해하고 사람이나 사물을 잘못 대하는 경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하프시코드에 생명이 있어 말을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아 답답해... 몇번을 말했지만요. 피아노 그 친구랑은 다르다구요. 구조도 원리도 소리도 달라요. 피아노가 나를 따라한거는 맞지만 혈통이 달라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