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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바흐 첼로 무반주 조곡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수다

by 오영

일요일 아침, 평소라면 늦잠을 자야할 시간이지만, 냥이녀석(나무, 아메숏, 한살)이 아침먹고 계속 찡찡대는 바람에 일찍 일어났다.


쓰담쓰담과 함께 털 정리를 해준 후, 밖에 비도 오고하니 간만에 커피 한잔, 쿠키하나와 바나나를 먹으며 클래식을 들어본다. (커피의 종착역은 믹스커피죠...)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만큼 어울리는 곡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음악이면서, 나에게는 이 곡에 얽힌 두 가지 이야기가 있어서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난다.




10년 즈음 전인가? 장모님 댁에 이사할 일이 있었다. 작은 평수로 이사하려다 보니, 줄여야할 짐이 꽤 있었고, 작은 방의 옷장 속을 정리하던 중, 구석에서 오래 되보이는 LP판들이 보였다.


중 하나가 '파블로 카잘스'가 1930년대에 녹음했다는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앨범이었다. 물론 이 앨범은 라이선스로 발매된 앨범이지만...

멋진 표지! LP 3장으로 구성된 두터운 앨범이다

아무튼, 아니 이게 왠 떡? 아니 보물인가?

장모님 왈, 옛날에 처형에게 주려고 사셨다는데 안타깝게도 LP플레이어가 없어서 주지못하고, 옷장 구석에서 오랜 시간을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나에겐 LP플레이어가 있었기에...


"그럼 이건 이제부터 제가 갖겠습니다."


하고 낼름 갖고왔다. 다른 앨범도 함께...

이 앨범은 이제 제 겁니다.

그제서야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전곡을 처음 들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유명한 1번외에는 틀어놓고 딴짓하면서지만...




그 후 몇 년후인가, 당시 살던 동네에 좋은 중형 클래식전용홀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꽤 좋은 공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마침 이 곡의 전곡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주를 듣게 되었다.

국내 대표 첼로연주자로 불리던 분의 전곡 연주였는데, 그 시간이 무려 3시간이었다. (인터미션 포함이었지만...)

무대에는 의자 하나, 첼로 하나뿐 아무것도 없었다. 연주자는 연주하는 내내 눈을 감고 몰입해서 연주를 했고, 관객들도 나도 숨을 죽이며 몰입했다.

그러다가, 나도 연주자처럼 눈을 지긋히 감았고 잠시 졸고말았지만...


3시간! 연주자에게도 마라톤과 같았고, 관객들에게도 마라톤과 같았다.


너무 좋은 연주였지만, 그만 중간에 잠시 졸고 말았고, 깬 후에는 다시 안졸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 활의 털이 일부 끊어져 어두운 무대 위 하나의 조명에 비쳐 날리는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연주자님, 죄송합니다... 졸아서...)


이 곡을 들을때면, '파블로 카잘스'의 EMI앨범을 특템한 것과, 3시간에 걸친 정말 멋진 전곡 연주를 들었다는 것 두 가지가 생각나게 되었고, 나에게는 나만의 자랑아닌 자랑이 되었다.


비내린 일요일, 커피와 함께 멋진 곡을 들으,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아침이다.


생각난 김에 혹시 들으신다면, 1번 프렐류드 영상 중에서 요요마의 아래 영상을 추천합니다. 음악의 선율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세상의 삶을 정말 잘 그려냈네요. 강추!!! (유튭 링크가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https://youtu.be/1prweT95M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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