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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바흐 첼로 무반주 조곡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수다
by
오영
May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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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평소라면 늦잠을 자야할 시간이지만, 냥이녀석
(나무, 아메숏, 한살)
이 아침먹고 계속 찡찡대는 바람에 일찍 일어났다.
쓰담쓰담과 함께 털
정리를 해준 후, 밖에 비도 오고하니 간만에 커피
한잔, 쿠키하나와 바나나를 먹으며 클래식을 들어본다.
(커피의 종착역은 믹스커피죠...)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만큼 어울리는 곡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음악이면서
,
나에게는 이 곡에 얽힌 두
가지 이야기가 있어서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난다.
10년
즈음 전인가? 장모님 댁
에 이사할 일이 있었다. 작은 평수로 이사하려다 보니, 줄여야할 짐이 꽤 있었고, 작은 방의 옷장 속을 정리하던 중, 구석에서 오래 되보이는 LP판들이 보였다.
그
중 하나가 '
파블로 카잘스
'가 1930년대에 녹음했다는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앨범이었다. 물론 이 앨범은 라이선스로 발매된 앨범이지만...
멋진 표지! LP 3장으로 구성된 두터운 앨범이다
아무튼, 아니 이게 왠 떡? 아니 보물인가?
장모님 왈, 옛날에 처형에게 주려고 사셨다는데 안타깝게도 LP플레이어가 없어서 주지못하고, 옷장 구석에서 오랜 시간을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나에겐 LP플레이어가 있었기에
.
..
"그럼 이건 이제부터 제가 갖겠습니다."
하고 낼름 갖고왔다. 다른 앨범도 함께...
이 앨범은 이제 제 겁니다.
그제서야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전곡을 처음 들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유명한 1번외에는 틀어놓고 딴짓하면서지만...
그 후 몇 년후인가, 당시 살던 동네에 좋은 중형 클래식전용홀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꽤 좋은 공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마침 이 곡의 전곡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주를 듣게 되었다.
국내
대표
첼로
연주자로 불리던 분의 전곡 연주였는데,
그 시간이 무려 3시간이었다
.
(인터미션 포함이었지만...)
무대에는 의자
하나, 첼로
하나뿐 아무것도 없었다. 연주자는 연주하는 내내 눈을 감고 몰입해서 연주를 했고, 관객들도 나도 숨을 죽이며 몰입했다.
그러다가
,
나도 연주자처럼 눈을 지긋히 감았고 잠시
졸고말았지만...
3시간! 연주자에게도 마라톤과 같았고, 관객들에게도 마라톤과 같았다.
너무 좋은 연주였지만
,
그만 중간에 잠시 졸고 말았고, 깬 후에는 다시 안졸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 활의 털이 일부 끊어져 어두운 무대 위 하나의 조명에 비쳐 날리는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연주자님, 죄송합니다... 졸아서...)
이 곡을 들을때면, '파블로 카잘스'의 EMI앨범을 특템한 것과, 3시간에 걸친 정말 멋진
전곡 연주를 들었다는 것 두 가지가
생각나게 되었고,
나에게는 나만의 자랑아닌 자랑이 되
었다.
비내
린 일요일, 커피와
함께
멋진 곡을 들으
니
,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아침이다.
생각난 김에 혹시 들으신다면, 1번 프렐류드 영상 중에서 요요마의 아래 영상을 추천합니다.
음악의 선율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세상의 삶을 정말 잘 그려냈네요. 강추!!!
(유튭 링크가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https://youtu.be/1prweT95M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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