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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29. 2023

오래된 것들

일상과 사색

집에 결혼할 때 장만한 것들이 아직 좀 남아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장농, 장식장과 같은 가구도 생존해있고, 특히 주방식기류들은 꽤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오랜 시간, 가장 빈번하게 쓰인 물건들

 아내가 식기류에 대해 그닥 집착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쓰던 것을 계속 쓰고있고, 가전제품도 문제가 없다면 제법 오래 쓰는 편이다. (최근 TV를 새로 장만한 건 안 비밀!)


 주방식기류 중에서, 딱 2세트만 있던 양식용 스푼, 포크, 나이프 중 큰 포크가 있는데, 이 포크는 과일 먹을 때나, 때론 식사 할 때 등 꽤나 자주 사용하던 포크였다. 내가 작은 보다 큰 것을 사용하는 걸 선호해서다.


 몇 개월 전, 그 포크 중 하나가 목 부분이 부러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우리집은 두명이 식사를 하니, 안타깝게도 남은 하나와 작은 포크를 같이 사용하게되었고, 이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짝이 안맞는 포크 조합. 그렇다고 작은걸 쓰긴...

 비슷한  것을 장만하기 위해, 마트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을 찾아봤지만 가격이 꽤나 되었기에 감히 새로 장만할 생각을 못하던 터였다.

 그러다가, 마침 대형 주방용품 도매점을 갈 기회가 닿았고, 디자인을 포기한 결과, 생각치도 못한 저렴한 가격에 대형 포크를 장만하게 되었다.(내구성과 가격에 포커스했다.)

 이제 편하게 큰 포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오랜 시간 역할을 다해주었던 포크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든다.


 여름이면 냉장고에서 나온 시원한 수박을 찍어주랴, 겨울엔 뜨거운 호빵을 찍어주랴... 아침엔 사과를, 저녁엔 때론 김치도... 참 고생이 많았다.


 뭐...남은 것들을 버리고 안쓸건 아니지만서도 짝잃은 포크는 2선으로 물러나고, 이제 튼튼한 녀석들이 1선에 나서주게 되리라.


 산전수전 겪은 오래된 것이 계속 버텨주면 다행건만, 어 수 없이 물러날 때가 되면, 또 새로운 것이 나오면... 으레 2선으로 물러나 백업을 해주거나, 슬프지만 용도폐기가 되는 것이 섭리인가보다.

비록 더 비싼 값어치의 포크였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질려서 물러나는 것보다는, 또는 오랜 기간 쓰이지 않아, 녹슬어 폐기되는 것보다는, 제 역할을 다 해주고 물러나는 것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세월의 상처를 가진 포크를 보면서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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