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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30. 2023

사람에게 고양이의 꼬리가 있다면?

일상과 사색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입장이 된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고양이 꼬리는 감정의 바로미터다.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한껏 위로 올려 살랑거리고, 기분이 나쁘면 꼬리가 아래로 내려가서 탁탁 치는 모양새를 한다. 화가 나면 꼬리털이 부풀고, 무서우면 꼬리를 아래로 말아버린다.


 그래서, 집사는 항상 냥이의 꼬리를 예의 주시하고, 상황 판단을 해서 잘 대응해줘야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고양이는 참 솔직한 동물이다. 

"내 기분이 이렇다구요옹!' 하고 상대방에게 바로 말해버리는 셈이니까.


만약 사람에게 고양이의 꼬리가 있다면?

또는 꼬리 대신 머리털로 감정을 나타낸다면?


상상해보자!


직장에서 A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있는데, B과장은 꼬리가 다리사이로 내려가 있고, C대리는 꼬리털이 부풀어 있다.

A상사는 마침 꼬리가 없는터라, 그 검갈색 머리털이 바싹 위로 뻣어 부풀어겠지?


그러다가, 마침 지나가던 임원이


"어이 A! 이번 자네팀 보고 대단했어! 계속 그렇게만 해주라고!!"  이렇게 칭찬한다면,


A상사의 머리가 위로 하늘하늘하게 나풀거릴까?

남루한 그림이지만...A상사가 칭찬 받은 후, 이런 모습이려나?


상상해보면 참 재미있는 풍경 아니겠는가?

이 뒷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서로에게 감정을 쉽게 노출했다가는 경을 치기 십상일 것이다.


 친한 친구사이 또는 가족 사이라도 말을 한번 더 곱씹어본 후 말해야할 터에, 직장이나 사교 모임에서 꼬리털을 부풀려서 말한다던가, 바닥을 탁!탁! 치면서 말한다던가 하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포커페이스를 잘해야만 게임에서 승산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점점 더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란...

 ! 중세시대다면, 감정을 쉽게 드러냈다가는 바로 칼 맞고 세상과 하직인사하기도 좋았을 수도 있겠다.


결국 사람들의 세상이라는게, 내 감정 숨기기 잘하면서, 타인의 감정은 잘 파악해야하는 그런건가보다.


아마도 고양이의 세계에서는 사람을 이렇게 바라볼 지도 모르겠다.


'제 딴엔 만물의 영장이라면서...인간은 참 피곤하게 사는 동물이야... 냥!'



덧붙임. 저녁에 냥이랑 놀면서 꼬리를 보다가, 문득 황당한 상상을 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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