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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31. 2023

국궁이... 하고 싶어요...

일상과 사색

예전부터 이건 언젠가 꼭 해봐야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국궁이다.


 사격과 같이 뭔가를 쏴서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국궁은 뭔가 매력이 큰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양궁과 달리 먼 거리의 표적을 정확한 가늠자 없이 몸이 익힌 감으로 맞추는 것이 뭔가 멋지다.

역시 국궁도 얼굴빨!

 마음의 정진도 될 것 같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한데다, 생각보다 장비 투자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운동이다.


 40대 초반부터 해봐야지 하고 맘만 먹고 있다가, 2년전인가 연차를 냈던 날, 큰 맘 먹고 근처에 있는 국궁장을 찾아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궁은 아무 장소에서나 할 수 없는 운동일 뿐더러, 국궁교습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국궁장에 등록하고 그곳에서 배워나가야한다. (보통은 그렇다고 한다)

출처:옥순정 국궁장.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 곳으로 퍼옴

 느즈막한 오후에 찾아간 국궁장에는 예상했던 것과 같은 분위기에 활 쏘는 소리만 들렸다.

(사대에 올라가면 잡담을 하지 않는다)


 대략 분위기를 느끼시겠지만, 국궁은 보통 연배가 높으신 분들(60대이상이 많다)이 대부분이라, 내 나이대의 사람은 정말 젊은이 축에 속한다.


 젊은 친구가 오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할 터, 사범님이라는 분을 만나서 등록 및 배우기 위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첫날임에도 연습까지 하고 왔는데, 결국 그 첫날이 현재까지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왜냐고?


 진입장벽이 너무 컸다. 그 진입장벽이란게 장비구입이나, 회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같은 통상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장비는 국궁장에 있는 장비로 배워도 된다.(내가 갔던 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국궁장이었다.) 배우는 것도 잘 가르쳐 주시기 때문에 하자면 할 수 있었겠다.


 문제는 다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인데다가, 예(禮)를 중요시 하는 스포츠이다보니, 노인정 분위기 + 통상의 회비 외에 독특한 (신입의) 지출구조를 갖고있더란거다. (이건 내가 갔던 곳만 그럴 수도 있으므로, 내 경우에 그랬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사범님의 친절한 설명을 간단히 쓰자면, 첫 활을 쏘면 한턱, 처음 과녁을 맞추면 한턱, 처음 몇번 맞추면 한턱, 또 뭐하면 한턱! 한턱! 한턱!, 신입이 어느 정도 레벨업이 됨에 따라 술 또는 저녁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방식이던거다.


예(禮)의 운동이니까...

예림이...가 생각나는 우리의 호구형

 아마 내가 레벨업 된 후, 어떤 신입이 오면 또 나도 을 뜯는 고참 중 한 명이 되겠지...


 나는 단지 국궁이 좋아서, 국궁을 배우고 싶어서, 마음의 정진도 되면서, 과녁을 맞추는 즐거움을 갖고 싶었을 뿐이라구요!!!


 첫날 어찌어찌 하다보니 연습까지 2시간을 있다가 왔는데, 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계속 드는 거다. (돔황챠!! 실행버튼 꾹!)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전통 스포츠에 참 좋은 시설들에... 널리 대중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이런 방식의 운영이면 대중화는 힘들겠다 싶기도 했다.


 나름 어른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어울림의 문제가 아닌 체계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보였던거다. (삥 뜯기기 싫어요의 다른 말)


어쩐지, 첫날 사범님이 말씀하시던, 그 말이 딱 맞았다.

 

"젊은 사람들이 보통 첫날만 오고 안 오더라고..."


난 그 젊은이(라고 쓰고 아마도 40~50대)들이 왜 다시 안갔는지 알 것 같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어떻게 대중화가 되냐구요...



쓰다보니 하소연 글이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국궁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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