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영 Jun 03. 2023

사운드 엔지니어와 지휘자

음악에 대한 수다

얼마전 퓨전재즈 공연을 다녀왔다.


 아내가 좋은 무료공연을 잘 찾아내는 편이라서, 나는 날로 먹는다  종종 공연을 다니고 있다. (아..물론 공짜만 좋아하는건 아니니 오해마시라...ㅎ)


 본래 좋아하는 장르는 락이나 메탈이라서 재즈에 조예가 깊거나 하진 않지만, 코로나때 우연히 본 유튭채널을 통해 재즈에 관심이 생겼던터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보게되었다.


 공연을 다녀와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운드 엔지니어'의 중요성이었다.


 전에는 사운드 엔지니어의 중요성을 잘 몰랐었는데, 아마도 그 공연들은 사운드 엔지니어링이 잘 되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이번에 본 공연은 연주자 개개인은 실력이 좋은데, 사운드 엔지니어링이 안되니(안된건지 없던건지...) 연주 내내 악기들이 '내 소리를 들어줘!' 하고  다 같이 샤우팅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주곡의 스토리에 맞춰 악기들의 강약이 조절되어 좀 더 화합이 잘되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부분들이 많았던거다.



 

 좀 더 예전에 우연히도 한강변에서 오케스트라의 야외공연 전에 대형커튼을 쳐놓은 상태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습하는 것을 한시간 정도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연주하면서 지휘자가 악기들에게 각각의 주문을 했다.


 이 부분은 이 악기가 부드럽게, 저 부분은 약하게, 다른 악기는 강한 템포로... 아마도 리허설 전에 이미 많은 연습과 조율이 있었을 것이고, 마지막 단계였을 것이다.

 

 사운드 엔지니어지휘자는 성향에 따라 의도한 대로 음악이 연주되도록 악기들의 조화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비슷할 것이다.

각 악기연주자들이 아무리 실력이 좋을지라도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연주라면 흠...


 내가 생각하는 다른 점이 있다면, 사운드 엔지니어는 무대의 뒤에서, 지휘자는 무대의 중앙에서라는 차이랄까?


 

 회사나 사회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하게된다. 앞으로 드러나게 끌고가는 리더도 있을 것이고, 묵묵히 위에서 지원과 조율을 해주는 리더가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떤 형태의 리더든, 리더가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주문을 잘못 한다면 또는 주문 자체를 아예 안한다면, 아무리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과 개성이 뛰어나도, 그 결과가 어떤 모양새 나올지 그려지지 않는가?


 이미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 회사 또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내는 각각의 소리에 대해 조화를 이뤄가며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운드 엔지니어와 오케스트라 중앙 좋은 지휘자와 같은 역할 다시 생각하게끔 한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던 공연관람이었다.


(그 공연을 한 그룹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예요. 사운드 엔지니어링이 안된 것이 안타까웠던거죠)


네? 아예 연주를 못하게하는 지휘자도 있다구요?


작가의 이전글 미용실에서의 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