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나 무역규모와 같은 경제적 수치들? 또는 세계정상들의 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외교석상에서의 위치? 아니면 한류의 열풍과 외국인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대단한 점들?
사람들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는 것을 느끼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혹자는 아직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진국이라는 증거를 느끼는 이유는 조금 색다르다.
옛날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면, 90년대에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간 적이 있었다.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으로 소위 말하는 배낭여행 2세대였는데, 넉넉치 않은 예산에 언제 또 보겠나 싶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나라를 가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려고 소위 빡센 일정으로 다녔다.
독일에 갔을 때였는데, 당시 독일(당시는 옛 서독이었던 곳들 기준으로)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선진국이었다.
그리고 그 선진국인 독일은 도시의 공원에서도, 도시 외곽에서도 어디서든 보이던게 잔디 축구장(이하 잔디구장)이었고, 그 곳에서는 축구를 즐기던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축구를 즐겨하거나 좋아하던 스포츠는 아니었임에도 그 모습을 보고서,
'아...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그게 뇌리에 깊게 박혔던 모양이다. 아니, 그 모습이 부러웠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증거'는 특이하게도 동네 곳곳에 있는 잔디구장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왠만한 도시의 공원을 가봐도 쉽게 잔디구장을 볼 수 있고, 그 곳에서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공원이 많은 편인데, 저녁식사 후, 공원을 거닐다 보면, 야간조명 속에서 열심히 축구경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볼 때 마다, 무의식에 가깝게 아내에게 하는 말이,
"진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야~" 이다.
주변의 공원에서 레저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 왠지 그냥 그런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사람마다 다른 증거와 이유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축구도 못하는 나는 왠지 야간조명이 켜져있는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즐기는 모습들을 볼 때, 그 생각이 가장 와닿는다.
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오랜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낮이고 밤이고,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내가 안할지라도...
축구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나 지만, 뉴스를 보니 20세이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젊은 선수들이 상당히 잘했다. 굉장하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