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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살거면 빨리 사자

일상과 사색

by 오영

바야흐로 여름, 선글라스의 계절이다.


햇빛이 밝은 날이면, 눈을 게슴츠레 뜨거나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줘야 앞을 제대로 볼 지경이다. 평일이야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지만, 휴일이라면 OK다.

나는 운전할 때나 외출에서 쓰기 위해 차에 놓은 선글라스 하나에, 하지도 않는 스포츠용 선글라스 하나, 즉 두개가 있다. 하나만 주로 쓰지만서도...

그렇다. 선글라스도 얼굴이 되야 비로소 선글라스라고 부를 수 있다. 아재가 쓰면 색안경이다!


아내는 선글라스가 있었는데 돗수도 안맞고 외관도 헤져서, 몇해전부터 선글라스를 못쓰고 있다. 그리고, 매년 봄이 되면 선글라스를 사야지 사야지 노래를 부른다.



올해도 아직 안샀다.


이유는 마음에 드는 테가 없어서, 비싸서 등 이유가 다양하다. 나는 매번 말한다. 제발 좀 사라고.


"올해는 선글라스 살꺼야?"


"흠... 사야하는데.... 봐서..."


이러고는 어디 놀러가서 눈이 부실라치면, 선글라스가 없다고 타령이 시작된다.


나는 늘 아내에게 말한다. 어차피 살거면 빨리 사라고. 어차피 살건데 하루라도 빨리 써야 기분도 좋지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사지도 못하고, 후회만 반복한다고.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선글라스를 안사고 있다. 이쯤되면 타령을 하기 위해 안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된다. (농담이다)


이런 말이 있긴하다. '살까말까 할 땐 사지마라.'

하지만 이런 말도 있다. '아끼다 ㅇ된다.'

적절한 말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다고 하자.


나와 아내의 차이점을 보자면,


나는 '사기 전에 신중하게 검토하되, 사려고 맘먹었으면 빨리 사자.' 주의다. 사기 전까지 기대감을 최대한 오래 갖고가는 것도 묘미겠으나, 필요한 건 빨리 사용을 해야 나 자신에게 혜택이 간다라는 생각에서다.


반면에 아내는 '최대한 안쓰고 본다.' 주의다. 일단 검토를 오랫 동안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오래'가 연 단위로 넘어간다는게 문제라서 옆에서 지켜보면 답답하다고나 할까.


어차피 사고나'진즉 살껄.' 하고 좋아할거면서, 올해도 여전히 고민을 하고있다. 아직은 아내에게 실물이 없는 선글라스이지만, 올해도 여전히 햇빛이 밝은 날이면, 노래가 시작된다.


"아.. 선글라스 사야하는데..."



올해는 아내의 고민에 크록스 신발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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