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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자비로운 꿈의 여왕

일상과 사색

by 오영

인류에게 밤이라는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밤은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낮과는 또 다른 시간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내일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육체적으로 충전하는 시간이 될테고, 어떤 이에게는 타인의 낮과 같은 시간이 단지 시프트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다가올 내일에 대한 불안함을 주는 무자비한 밤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어제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 또 같을 나에게서 잠시 벗어날 시간을 주는 자비로운 밤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내일의 불안감은 잠시 접어두고, 꿈을 꿀 수 있는 자비로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밤에 꿈을 꾸지 않으면, 꿈을 꿀 수 없으니까...




요즘은 밤이 되면 왠지 센치해진다.

늦은 밤이 되면 왠지 음악을 듣고 싶고, 늦게 시작한 취미인 글쓰기를 하게되기도 하고, 가끔은 야간 드라이브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목적없이 해본 마지막 야간 드라이브를 해본지는 십년 정도 된 것 같다)

밤엔 무엇을 해도 재미있다.


학생 때, 시험 전 날 하던 게임이 더 잘 되고, 그 때 들었던 음악이 더 좋았던 것처럼, 내일의 시작을 앞두고 여유가 없어져가는 시간에 가장 여유로워지는 아이러니한 시간이랄까.

오묘한 상대성 이론이 존재하는지, 낮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만 가장 여유로워지는 시간이 밤이다.


내일이 되기 한시간 전이 되면, 마치 카운트다운을 앞둔 무엇처럼 그날의 미뤄뒀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서둘러 음악을 듣기도, 글을 써보기도, 또는 아주 가끔이지만 책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여유를 어느 정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깨우치게 된다.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잠이 모자라겠구나 라는 무서운 현실을...

그런 의미에서 밤은 무자비하면서도, 여유를 꿈 꿀수 있게 해주는 자비로운 두 얼굴의 여왕과도 같은 존재다.



덧붙임. 제목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유명한 SF소설 제목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이라는 것에서 차용해봤습니다. 물론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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