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끔 유튜브로 클래식을 듣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참 꼰대스러운 말이지만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 공연 실황을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무작위로 한시간 듣기와 같은 콘텐츠를 듣기도 하지만, 보통은 특정 음악을 선택해서 듣는 편인데 어느날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에서 팀파니(오케스트라에서 맨 뒤에 보면 엄청 큰 북 몇개가 수평으로 있는데 그래 그 악기다!)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번 보시길... 꽤 재미있는 영상이다
그동안 그날의 느낌에 따라 음악을 듣던 터라, 특정한 악기의 소리에 집중해서 듣지는 않았는데 그 영상에서 본 팀파니가 매우 듣기좋고 재미있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파니 소리가 도드라진 교향곡을 찾다가 우연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5번이라고 알려진...)의 4악장에 팀파니가 중요한 역할로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우리는 바쁜 현대인이니까 라는 마음으로 1, 2, 3악장을 스킵해서 4악장부터 들었다.
운명교향곡을 대표할 사진이... 없어서 그만 ㅠ
아니!!! 이 음악은 !!! 정말 많이 들어보던 곡 아닌가! 이 음악이 베토벤 운명교향곡 4악장이었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는 상상을 했다. 실제로 무릎을 치지는 않았으니까...
여러분들도 한번 들어보시라. 많이 듣던 음악일 것이다. 아무튼 이 교향곡은 - 좀 아는척을 하자면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의 마지막 악장들이 그렇듯이 - 현악, 관악 등 다양한 악기로 풍성하게, 웅장하게 그리고 기대했던 팀파니의 소리와 함께 마무리된다.
운명 4악장을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명 1악장을 익히 알고 있을게다. '꽈과과 광~' 하는 그 음악은 아마도 클래식을 들어봤다하면 모를 수 없는 유명한 부분이다. 하지만, 4악장을 듣고 이게 운명교향곡이었다를 알만한 사람이 많을까? (나만 몰랐다면 미안하다. 감히 이런 글을 써서...).
4악장 자체로도 훌륭한 곡이지만, 운명교향곡은 '꽈과과 광~' 이지 라는 평가에 그 가치가 덜 빛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떤 것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부분(여기에서는 1악장)이 갖는 영광 또는 주목 외에 뒤에 같이 있는 존재도 그것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어 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줄까? 또는 알고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뒤에서 묵묵히 존재하고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멋진 피날레까지 오는 것은 아닐까? 그게 운명 4악장만큼은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나는 소심하므로 아무도 듣지않을 대나무 숲에서 이렇게 외쳐보고 싶다.
수많은 인생의 교향곡들을 만들어가는 존재들이여, 그대들이 베토벤 교향곡 1악장만큼은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그대가 참여한 인생의 교향곡에서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말자! 혹시 아는가? 1악장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훌륭한 4악장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팀파니가 당신의 역할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