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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04. 2023

자전거 도난에 대한 망상

일상과 사색

 우리나라 자전거 도난에 대한 유명한 퀴즈가 있는 건 모두들 아시리라.

 대략 아래의 이미지와 같은데 카페 테이블에 둔 지갑보다 잘 잠궈둔 자전거의 도난된다는 건 이제 재미도 없을 정도다.

 

 이 재미도 없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 건, 출근길에 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스테이션을 매일 지나치다보니 떠오른 고등학생때의 자전거 분실 (그것도 무려 두번이나)에 대한 기억때문이리라.

 특히, 갑자기 비오던 밤, 야간자습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찾을 수 없었던 나의 검회색 10단 기어의 사이클에 대한 슬픈 기억말이다. (잘 지내지?)

 

 그 때 내 사이클을 훔쳐간 사람은 그렇다치고, 요즘은 왜일까? 왜 유독 자전거가 한국 도난물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통상 자전거를 가져가세요 하고 방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들 잠금장치를 잘 해둠에도 간간히 들리는 뉴스를 보면 참 궁금함이 밀려온다.


 

 카페에 둔 지갑이나, 문앞의 택배를 두고 자전거를 훔쳐가는 사람들에 대해 나름 엉뚱한 분석을 해보자면, 나의 의견은 이러하다.


 첫째,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좋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쉬운 문제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거다!

'이 정도는 되어야 손맛이 있지.' 내지는 난이도가 높은 게임을 선호한다던지 말이다.


 둘째, 츤데레의 민족이라는 가설이다. 무슨 이야기냐고? 우리나라 사람들 평소에는 무뚝뚝하다가도 주변에 무슨 사고가 나면 모두 모여 도와주다가 쓰윽 사라지는 츤데레 성향이 있지않은가. 비슷하다 말았지만 자전거도 그런거 아닐까?

 '훗, 테이블 위에 오만원즈음 들어있는 지갑따위는 나중에 넣어둬. 난 자물쇠가 걸려있는 이 자전거를 가져갈께.' 라던가...


 어이없는 상상이라고? 맞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상이다. 하지만 유독 자전거 도난의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상상을 하지않고는 못배기는 가려움이랄까.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른 나라도 자전거 도난율은 전반적으로 높다고 한다. 19년 자료이지만, 한 보험회사에서 발표한 글로벌 자전거 도시지수에 따르면 서울이 자전거 도난율 높은 도시 세계 2위라서 높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역시 자전거는 도난맛집이다. 다만 한국은 카페의 빈테이블 위 지갑이나, 문 앞의 택배와 비교되어 더 화제가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갑이나 택배가 온전히 제 위치를 지키고 주인을 기다릴 수 있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으니, 이제 자전거도 제 주인을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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