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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번거로움

일상과 사색

by 오영

지방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간혹 유명 소설가들의 문학관을 들러보기도 한다.


딱히 그분들의 소설을 읽었었거나 팬은 아니라도, 관람을 하다 보면, 그 소설가의 삶에 대해서도 알게 되기도 하고, 소설이 나오게 된 배경이라던가 소소한 내용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몇 군데의 문학관을 둘러보면서 찾은 공통점 중의 하나는 원고지에 쓰인 소설(또는 산문)의 초고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원고지에 펜으로 또는 연필로 쓰인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그리고, 수정한 흔적들을 보면서 참으로 글 쓰는 작업이 많이 번거로웠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처:원주투데이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기억하시리라. 어릴 적 학교에서 원고지에 글 쓰는 법을 배웠던 시절이 있었다. 들여쓰기라던가, 문단을 나누는 법 등 이런저런 규칙들이 많았어서, 숙제로 원고지에 글을 쓸라치면 여간 어렵지 않았나 하는 기억이 난다.


연필로 썼을 때에는 지우개로 지워서 다시 썼지만, 앞서의 소설가분들은 대부분 펜으로 글을 쓴 것으로 보여, 퇴고 작업에도 꽤 귀찮음이 많았겠구나 싶은 흔적들이 보인다.

문장 하나를 들어내고,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지금은 잘라내고 붙여넣기로 끝날 일들인데, 원고지에 줄 긋고, 또는 새로 작성하고 밀린 문장부터 다시 쓰고... 어휴! 생각만 해도 땀이 난다.


어디 글쓰기뿐이었겠는가? 정성스레 쓴 글을 신문사나 출판사 등에 보내서 평가받고, 퇴짜 받기도 하고, 다시 수정해서 보내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힘들었겠다 싶다.


지금의 나를 보자면, 디지털 장비(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말한다)에서 메모장을 열어서, '타다닥 타다닥' 하면서 글을 쓰고, 주욱 읽어보면서 수정할 부분은 간단히 수정한 후, 글쓰기 플랫폼에 복사&붙여넣기를 한 후, 약간의 편집작업을 하면 끝이다.

글을 쓰는 것뿐 아니라, 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것조차 인터넷으로 간단히 할 수 있지않은가?

나의 글쓰기 셋팅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예전엔 이랬어 풍의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어쩔 수 없다 쳐도, 지금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 환경에서 편하게 글 쓰고 있구나 싶다. 이렇게 편하게 쓰는데, 글은 왜 안 느는지...


그래서 더욱, 오래된 원고지의 글을 보면서,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그 지겨울법한 작업을 견뎌내고, 그리 좋은 글들을 썼는지 감탄하게 된다.


나는 취미로 하는 글쓰기이지만, 그것을 상기해 보면서 잠깐 동안은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아.. 그런데! 글 쓴 순간에 이미 스쳐 지나갔다.


노력하는 작가들에 비해, 이렇게 비루한 나의 글쓰기 자세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 마무리를 하는 오늘 하루다.


덧붙임. 방금 수박을 먹어 부른 배를 한번 쳐다보고, 옆에 누워있는 냥이를 한번 쳐다보고, 바로 현실의 나로 돌아와서 잠자리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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