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웬만하면 차로 다니는 편이지만, 가끔 기차를 이용할 때가 있다.마침 장거리를 기차로 다녀올 일이 있었기에 기차를 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차로 하는 여행도 즐겁지만, 기차로 여행(또는 여행목적이 아닌 이동일지라도)을 한다는 것은 차를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말이다.
출처 : 한국철도공사
장시간 차를 운전하면 따르는 피곤함이 없다는 편리함 외 내가 생각하는 기차의 즐거움은 이렇다. 아마 다른 분들도 동감하실 수도 있고.
첫째,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어떤 이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이는 음악을 들으며 잠에 집중할 수도 있겠는데, 나의 경우, 책을 읽는 편이다.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가장 책이 잘 읽히는 장소와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단연 기차 안에서다. 예전에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에 한 노선을 30분 정도 타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에 책을 많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전철을 탈 일이 없이 출퇴근하므로 편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덜 읽게 되어 아쉬운 면도 있달까...
아무튼 도서관, 카페, 집, 기차 중에서 가장 잘 읽히는 곳은 단연 기차 안이라서 가끔 기차를 탈 때면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무슨 책을 몇 페이지 읽어야지... 하는 쓸데없는 기대를 하기도 하고.
문제는 기차를 자주 안 타서, 책도 안 읽는다는 핑계..
둘째,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책을 읽다가도 간혹 창밖을 보면 산이며, 들이며, 때론 도시를 보는 재미가 있다. 운전을 할 때면 옆의 풍경을 길게 볼 수 없기에 기차를 탈 때 여유롭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예약할 때 가급적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복도석에 앉을 수밖에 없는 경우, 옆자리에 다른 승객이 앉아있다면, 선뜻 창밖을 볼 수 없어 슬프다. 괜히 풍경을 보려 시도했다가 오해를 사느니, 책이나 보자라던가 잠을 청하게 된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셋째, 먹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차로 이동하면서도 먹을 수는 있는데, 기차를 타면서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것은 좀 다른 느낌이다. 나의 경우, 보통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함께 도넛이라던가 빵을 먹는데, 선반을 펴놓고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먹는 시간이 즐겁다.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도 좋겠으나, 냄새가 풍길까 봐 도시락까지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좀 아쉽다. 아무튼 기차에서 먹기 여행은 차에서 먹는 것과도, 비행기에서의 기내식과도 다른 묘미가 있다고 할까.
기차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언젠가 여유와 기회가 된다면, 외국의 장거리 기차여행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위시리스트에 넣어만 두기로 하고,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에서의 몇 시간의 기차여행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아마도 차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기차를 탈 기회가 적어서, 가끔 오는 이런 매력이 더 부각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덧붙임. 저번에는 복도석에 앉아서 밖을 못 봤네요. 봤다면, 옆자리 아저씨에게 '흠흠...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 설명을 했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