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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보기와 건강검진

일상과 사색

by 오영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점을 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름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리라 생각은 되지만, 항상 굳이 왜 점을 보지? 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얘기가 나오면, 기분이 좋겠지만 혹여 안 좋은 얘기라도 듣게 된다면 그날뿐만 아니라, 계속 머릿속에 남아 맴돌아서 걱정을 하게 될 텐데 말이다.


만약 점집 아주머니가 "당신은 어려운 상황에 있군요. 몇 월에 뭐뭐를 조심하세요." 라고 말한다면, '오오...내가 힘든 건 어떻게 알았지? 뭐뭐를 피해 다녀야겠다.'라는 생각이 온종일 뇌 속을 헤집을 것 같다.

영화 박수무당 중

아마도 점집을 가는 이유가 걱정거리가 있거나, 미래가 궁금해서 가는 게 다수일 것 같은데, 내가 점쟁이라면 인상과 표정, 그리고 복장을 본 후, 대부분 "당신은 근심이 많군요"로 시작할 거 같다.

왜냐고? 생각해 보자. 만일 복권 1등이 당첨되었거나, 주식을 했더니 수익률이 100%라서 기쁜 마음에 누구에게 선물해 줄까를 점집에 상담하러 가지는 않을 거잖는가?


걱정거리가 있어서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세를 묻는 경우일 텐데, "힘내세요! 영차!" 하는 의미로 좋은 얘기를 해줘서, "와~ 그 점집에 갔다 왔더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라고 할 수 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타로카드도 많이 하는 듯

그런 면에서 보면 아마도, 점을 보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걱정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안을 줄 곳을 찾을까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누군가 점을 봤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매번


"왜, 돈 내고 걱정거리를 사지?"


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반면에 누군가 건강검진을 받는 것에 대해 뭐라도 나올까 봐 걱정이라서 받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0.1초도 지체하지 않고 무조건 받으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건강검진을 했더니 뭐가 발견되었다라면, 더 악화되기 전에 발견했으니 다행이고, 아무 이상이 없다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서 다행이니,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든 좋은 경우가 아닌가라는 입장이라서이다.

청진기로 들어보니 무좀이군요! (사진 : 대한민국 정부 누리집)

뭐, 알면 병이 돼서 미리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 건강검진을 안 하겠다면야 어쩔 수 없고... 본인의 판단이니까.


서로 관련이 없을 듯한 점보기와 건강검진은 뭔가 궁금해서 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조심해야 할 것을 알아서 피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다른 점이라면, 점은 정신적인 분야일 테고, 건강검진은 육체적인 분야라는 점, 그리고 비과학적인가 과학적인가의 차이도 있을테고 말이다. (점도 확률의 과학인가요?잘 몰라서...)


때론 비과학적이라도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걱정거리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점이나 운세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점보러 가자고 한다면, 아...저는 무리입니다.



덧붙임. 셜록 홈즈가 방석을 깔면, 큰돈을 벌었겠구나 싶습니다. 냉철한 분석력과 추리력으로 상대방을 꿰뚫어 보니까 얼마나 대단할까요?

간판은 "영국 도령 셜록 홈즈"로 하는 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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