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 테이블에는 여자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앉았고, 어머니의 정면이 여자아이의 등을 바라보는 위치였는데, 마침 여자아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면서 숨는 모양새로 그 아이에게 장난을 걸었는데, 아이가 그게 재미있었는지 까르르 하고 웃으면서 반응을 하는 것이다.어머니도 재미가 있었는지 계속 주거니 받거니 장난이 오갔고, 그 아이는 계속 까르르 웃어가면서 신나 한다. 조금 있다가 나이를 물어보니 6살이라고 한다.
몇 해 전인가, 본사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한창 바쁘던 때에 잠시 휴식을 위해 휴게실에 가서 쉬던 중의 일이다. 창 밖의 날아가던 새를 바라보다가 문득, 종이비행기를 어떻게 접지? 라는 생각이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종이비행기를 접는 법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어릴 적 숱하게 접어 날렸던 종이비행기인데...
출처 : 픽사베이
일상에 쫓기는 생활을 하다 보니, 재미를 찾는 것은커녕, 그나마 갖고 있던 작은 기억마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기억이 났지만, 당시에는 작은 충격과도 같은 일이어서 몇 년이 지난 후까지도 그 기억이 뇌리에 남았다.
앞서의 식당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데, 아까의 그 여자아이에게는 꽤 신나는 일이었나 보다. 너무나 신나서 웃는 모습을 보니 무덤덤한 편인 나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도 신났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 내가 무엇에 신나 하는지, 또는 무엇 때문에 재미가 있는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나름 아직까지 취미부자라고 생각하지만 젊었을 때와 비교하면, 무엇인가에 막 신나고 그런 감정은 확실히 덜해진 것 같다.
나이를 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잡다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웬만한 일에는 시큰둥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서 아마 이렇게 동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 그거 전에 본 거잖아. 아, 또 그거? 전에 해봤잖아...' 이렇게 생각한다던가,
'그거 아마 이럴 거야. 전에 비슷한 거 경험해 본 것 같아...'
그래서인지 , 더 이상 '이야! 이거 신나는데?' 라는 감정을 살리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나왔던 기억매립지 같은 곳에서 헤매던가, 무너져가던 감정의 섬을 되살리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중에서
아마도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더 그렇겠지? 감정도 더 메말라가겠지? 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어릴 적에는 작은 동네에서도 이것저것 참 재미있고, 둘러보면 신나는 일들 투성이었는데, 지금은 이 넓은 세상에서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드물어졌는지, 더 이상 가슴을 뛰게 하는 신나는 일이 내 마음속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뒤돌아보게 된 주말이었습니다.
덧붙임. 얼마전 프라모델 샵에 갔었는데, 시큰둥했네요. 몇 년전만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