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소리가 귀를 꽉 채우는 여름철의 길을 걷다 보면, 나무에서의 열심히 구애하다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 길바닥에 쓰러진 매미들을 볼 수 있다.
그 매미들 중에 때로는 수많은 개미들이 붙어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자신의 몸에 비해 커다란 매미를 일개미들이 열심히 분해하여 먹을 것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티스토리 맑음과흐림 님의 글 중
겉보기로는 그 광경이 징그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나에게는 그 풍경이 그다지 혐오스럽거나 피해야 할 광경으로 보이지는 않고,검은색으로 무리 지어 붙어있는 개미들이 열심히 본연의 일을 함으로써 자연의 순환에 기여하는 모습들로 보인다.
비슷한 것으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동물의 사체나 지저분한 곳에 구더기들이 꼬물꼬물 붙어서 먹고 있는 모습도 있다. 이 광경은 개미의 경우와 달리 좀 혐오스럽긴 한데, 이것도 자연분해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나마 덜 징그럽게 보인다.
생긴 게 그래서 그렇지, 구더기도 앞서의 개미와 같이 열심히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자연의 순환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집안에서 구더기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건 좀 사정이 다르긴 하겠지만서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작품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안 보신 분들에겐 스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규모 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의 곳곳에 있는 포자숲에서는 유독한 가스가 나오고 있어, 사람에게 매우 위험한 장소로 인식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로 포자숲을 모두 없애서 위험요소를 제거하려고 하지만, 알고 보니 그 포자숲들은 오염된 땅을 해독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나왔던 것이라는 내용이다.
나우시카 중, 부해라고 불리우는 포자숲
앞서의 개미나 구더기도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서, 유해한 생명체로 인식되어 기피하거나 없애려고 하는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들은 그냥 자연에서 생을 다한 것들을 분해하라는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자연계의 한 구성원들일뿐이다.
다만 인간의 관점에서 '저것은 유해한 생명체다' 라고 지목하고 박멸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방해하고 있는 것뿐.
넷 상의 유명한 모택동의 해로운 새다 짤. 글과는 직접 관련없지만 인간의 오만함이 비슷해서 븥여봤어요
우주적 관점까지 안 가더라도, 지구적 관점에서는 인간이야말로 자연에서 태어났지만 오염원으로 진화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 일터,인간이 스스로 가장 진화한 생명체라고 하여 오만하게도 '감히' 대자연을 거스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의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곳곳의 이상기후를 본다던가, 작게는비 온 뒤의 길에 올라왔다가 포장된 길탓에 다시 땅으로 돌아가지 못해 말라죽어버린 지렁이를 보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거대한 인간문명의 결과가 애석하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 길가에 쓰러져 말라가는 매미를 분해하며, 열심히 섭리를 따르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이 대비되어 보인다.
덧붙임. 문명의 이기를 가장 많이 누리는 세대로써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앞 뒤가 안 맞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