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나라 이야기는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지만, 요즘은 재난상황이라는 것이 더 이상 이웃나라 이야기는 아니게 되었다.
상상하고 싶진 않으나, 붕괴사고나 화재, 화학물 유출과 같은 인재부터, 기후변화, 수해, 지진 등의 천재지변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발생했거나, 어쩌면 발생할 수도 있겠다 싶은 일들이 많은 요즘이다.
특히 지진의 경우,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내륙지진이 몇 차례 발생한 데다, 부실아파트들 이야기까지 나오니, 원인이야 무엇이 되었든 이제 우리에게 재난은 판타지에서 현실영역으로 전환된 느낌이랄까?
우리집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재난가방, 소위 서바이벌 가방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시작은 사실 재미에서였다.
맥가이버칼과 같은 멀티툴들, 손전등 류 등을 좋아하는데다가, 아포칼립스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 이것 저것 사놓은 김에 좀비월드 같은 경우를 대비해 볼까나...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영화 좀비랜드. 좀 재미있다.
그리고,시작하던 때에 리얼리티를 살려서, 화재나 지진, 가스유출사고를 대비해야겠다로 발전한 것이다. (재난 중에서 가스유출 사고를 고려했던 이유는 전에 살던 집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대규모 화학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도 가기 전 준비가 재미있듯, 서바이벌 가방 준비도 물건을 살 때 재미가 있다. 화재/화학필터를 갖춘 방독면, 물정화 약품, 알루미늄 보온담요 등 생존용품을 구매하고, 또 영화 '엑시트'를 본 후에는 우비에 테이프 류도 추가하는 등 이것저것 사서 가방을 싸놓고는 혼자 헤헤하면서 좋아하고, 모자란 것 더 준비하고... 그렇게 가방을 만들었다.
한 3~4년 전에 현재의 상태가 된 그 가방들(내 것과 아내 것 두개다)은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갖고 갈 수 있도록 현관 펜트리에서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잠들어 있다.
어제였다.
태풍 소식과 서바이벌이 되어버렸던 잼버리 뉴스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하던 중, 어떻게 화제가 연결되었는지 갑자기 아내가 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