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호의 괴물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어린 시절 소년잡지의 단골손님이었던 미확인 생명체 중 하나다.
이 괴물은 공룡 중에서도 브론토사우르스의 형상으로 추정되며, 공개된 사진들이라곤 항상 수면 위에 기다란 목만 내밀고 있는 사진들 뿐이었다.
누군가의 손이었을까요??
6천만 년 전에 대멸종의 시기에 어찌어찌 살아남았다던가, 지하 깊은 곳의 동굴 안에 남아있는 고대의 자연환경에서 놀다가 가끔은 바깥 구경을 하는 것처럼 슬쩍 수면 위에 나왔다가 당사자(?)가 의도치 않게 흔적이 남는 것처럼 나온다.
당시에는 네스호의 괴물 외에도 빅풋이라던가, 화성의 인면암 등 정말 미스테리한 것들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존재들은 지금 어디에 갔을까?
물론 지금과 비교하면 떨어졌던 사진기술과 제한적으로 찍힌 사진의 숫자로 인해, 겨우 확대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가미되어 창조된 산출물일 것이라는 것을 지금의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시절 소년잡지에서 진지하게 다뤘던 네스호의 괴물에 대한 심층분석 기고문은 내 또래의 어린아이들에게는 굉장한 흥밋거리이자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였다.
사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알고 봤더니 그 미스테리한 존재들은 실재했었는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파파라치처럼 쫓는 것에 지쳐 그냥 호수 깊숙이 사라진 것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셀럽들 중에서도 조용히 살고 싶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되니 부담되어 차라리 잠적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그것이 썩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쉽게 알 수 있어서 순간적으로 만족스럽긴 한데, 이런 경우는 채워지지 않은 호기심에 따라 상상하는 재미라던가, 내가 노트에 밑줄 쳐가면서 긴시간 공부해서 얻었다는 성취감은 갖기 힘들다. 그냥 그 정보가 나의 머릿속에 살짝 터치하고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하고 떠나가는 느낌이라서 무엇인가 불만족스러운, 그런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있다.
그렇다! 머릿속의 배가 불러서 하는 소리다.
90년대 영화 중에서 '하이랜더'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는 불사신이라는 능력을 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그리고 최후에 남게 되면 신적인 능력을 얻게 된다. 그 최후에 남은 불사신(주인공)이 마지막에 하는 대사가 있다.
"I KNOW EVERYTHING!"
당시에는 우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요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 그 친구 인생 참 재미없겠네.."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네스호의 괴물은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존재하지 않을까? 했던 시절의 나보다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내가 더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무엇이든 다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때로는 조금 부족한 상태가 더 낫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