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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ug 24. 2023

첫 마이카의 추억

일상과 사색

 나의 첫 차는 프라이드DM라는 모델이었다.


 취업 후, 2년 정도 지난 후 차가 필요하여 구매한 차로, 당시 50만원을 주고 중고매장에서 업어왔다.

출처)NF Auto Gallery블로그. 이 색상의 이렇게 생긴 차였다

 20여 년이 지난 후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그 차가 캬브레터를 장착했던 마지막 프라이드였을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라면 캬브레터가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는 유물과 같은 장치이지만...


 요즘 차에는 기본인 파워핸들, 파워윈도우도 없는 정말 단순한 기계로만 구성된 차였다 보니, 큰 수리 없이 단거리 장거리 구분하지 않고 잘 타고 다녔었다. 워낙 내구성이 유명했던 차였는지라 그것도 한몫한 것 같다.


 당시 여친이던 아내와 데이트할 때도, 회사에서 일할 때도 참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보잘것없는 차였지만 다행히 아내는 허례허식이 없어서, 그냥 차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타고 다녔던 차였다.


 이런저런 추억이 많았던 차로, 아무래도 오래된 차였다 보니 겪었던 일 중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있다.


 차를 사고 얼마 되지 않아 장마철 때였던 것 같다.

 비가 많이 오면 어디에서 물이 새서 들어오는지 운전석과 조수석 바닥이 호수가 되어버리는 거였다. 차값도 얼마 안 되던 차라서 수리를 하자니 아까워서 생각한 대책이 운전석 차 바닥에 못으로 구멍을 뚫자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조치지만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러워서, 바닥이 조금 젖을지언정 더 이상 호수가 되지는 않았다.


 또, 당시 인기만화였던 '이니셜D'를 흉내 낸다고, 휴일 새벽 아무도 없던 산길을 찾아 코너링 연습한다고, 타이어 우는 소리 나도록 연습을 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위험한 짓을 했구나 싶다.

마음만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차를 사고 1년 남짓인가 후에 결혼을 했고, 내 직장이 멀리 있다 보니 주말부부 생활을 했었을 때였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내가 처가(아내는 처가에서 출퇴근했었다)에 가기 위해 터미널로 데려다주던 중, 본넷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거다.

 이상을 느끼고는 터미널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차를 세웠다. 아내는 결국 택시를 타고 갔고, 나는 근처에서 물을 구해 냉각수 대신 보충해서 겨우 집으로 끌고 갔다.

 원인은 앞서의 무리한 코너링연습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노후되었던 차의 차체에 금이 가면서, 라디에이터에도 금이 갔고 냉각수가 샜던 것이다.


 수리를 하자니 견적이 35만원! 50만원을 주고 산 차에 그 돈을 주고 수리하자니 아닌 것 같아서, 결국 폐차를 결정했고, 그렇게 나의 첫 차와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20여 년 전 일이지만 내 돈으로 산 내 첫차였고, 이런저런 추억이 많았던 차라서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마치 첫사랑 생각나는 느낌?


 그 후, 여러 차를 몰았지만 지금도 가장 애착이 많았던 차가 어떤 차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프라이드DM이었어요!"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덧붙임. 드라이브를 하다가 중고차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났네요. 그 프라이드 다음에 산 차가, 전에 별명이야기에 언급했던 백만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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