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족 여행으로 하와이에 간 적이 있다.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이라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자연스럽게 그곳 사람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 중,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달리기를 취미로 삼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 반갑게 다가왔다. 거리의 달리는 사람들은 수시로 목격할 수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태양 복사열이 가장 강한 오후 시간, 붉은 노을 가득한 초저녁, 그리고 어둠이 내린 밤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마디로 시간이 나면 달리는 듯했다. 어쩌면 달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리는 장소도 와이키키 해변만이 아니었다. 하와이의 아름다움을 높은 곳에서 즐기기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헤드에 오를 때도 뛰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걷기에도 숨찬 오르막 산길을 뛰어가는 것을 보면 하와이안들의 달리기 사랑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달리는 사람도 다양했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날씬한 사람, 뚱뚱한 사람, 어린아이, 심지어 노인들까지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달리는 장면은 나의 달리기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복장을 갖추고 운동화를 신고 달려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작은 흥분감이 밀려왔다. 하와이 해변가를 따라 달린다는 그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었다. 언제 다시 하와이에서 뛰어보겠는가? 이런 멋진 풍경과 함께 달리는 것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새로운 곳에서 달리는 희열감은 달리기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거리 곳곳에 마주 달려오는 사람들이 반갑기까지 했다. 한 아저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인사했더니, 그도 미소 지으며 똑같이 반응해 주었다. 짧은 순간, 서로의 격려가 힘이 되었는지 달리기는 더 즐거워졌다. 힘이 솟았다. 두 시간 정도를 달리고 나니 뿌듯했다. 흠뻑 젖은 땀을 씻어내는 순간이면 또 다른 쾌감에 사로잡힌다. 씻고 나서 즐기는 하와이 맥주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함 그 자체였다.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매일 달렸다.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길 때는 준비 운동 겸 해변 백사장을 맨발로 달렸다. 적당한 깊이로 빠지는 모래는 다리 힘을 키우기에 좋았고, 모래 알갱이는 발바닥을 자극하여 지압 효과도 있었다. 온몸으로 하와이 햇살을 받으니 피부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햇빛은 사람의 우울증을 해소하고 행복감을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타국으로 여행을 오면 그곳의 환경을 즐기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달리기도 매력적이었다. 인도는 달리기에 충분히 넓어 보행자를 피해 요령껏 달리기를 즐길 수 있었다. 보행자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었지만 현지의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재미도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다시 하와이를 찾고 싶다. 이국의 자연환경을 벗 삼아 달리는 장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겹다. 바다의 푸르름을 안고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바람을 맞으며 해안가를 달리고 싶다. 하와이 햇살을 온몸에 다시 담고 싶다. 달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마라토너들과 함께 뛰어보고 싶다. 마라톤 완주 후에는 하와이 맥주로 기쁨을 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