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신포도

by Serendipity

‘여우와 신포도’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여우가 길을 가다 포도를 발견한다. 굶주린 여우는 나무에 매달린 포도를 따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포도는 너무 높이 매달려 있다. 아무리 뛰어도 포도를 따 먹을 수 없다. 수차례 도전하던 여우는 결국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포기하고 만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을 수 없을 거야!”...

굶주린 여우는 포도를 먹지 못했다. 포도를 따 먹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 않자 맛없는 포도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독일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는 ‘여우와 신포도’를 다시 썼다. 여우는 높이 매달린 포도를 따먹기 위해 애쓴다. 결국, 지속적인 노력 끝에 포도를 따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포도는 실제로 맛이 엄청 시었다. 먹기조차 힘들었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여우와 신포도’에는 원래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 이 여우를 지켜보는 다른 여우들이 등장한다. 따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포도를 손에 쥐자 주변의 다른 여우들은 대단하다며 한결 같이 추켜세운다. 이 여우는 다른 여우들로부터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된다. 여우는 자신에서 쏠린 시선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먹기 불가능할 정도로 맛이 신 포도를 맛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다른 여우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성취한 여우는 만족감에 도취되어 계속 포도를 따 먹는다. 그리고 맛이 없는 포도를 너무 맛있다고 자랑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성취감을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해서 여우는 신포도를 너무 많이 먹게 되었다. 결국, 에리히 캐스트너는 여우가 위궤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나는 ‘여우와 신포도’를 다르게 재구성하고 싶다. 높이 매달린 포도를 따먹지 못한 여우는 체육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선생님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한다. 여우는 점프력 향상 교육을 받았다. 여우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리 근력과 근지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줄넘기를 하고, 커다란 타이어에 줄을 매달아 달리는 등 매일 훈련을 지속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여우의 점프력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될 수 있었다. 덕분에 여우는 포도를 따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과일 식별에 정통한 선생님을 찾아가 신포도와 맛있는 포도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다. 여우는 육안으로도 맛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어 언제나 맛있는 포도를 취할 수 있었다. 여우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든 여우들이 만족할 수 있는 맛있는 포도를 먹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신품종 개발 연구에 평생을 노력한 선생님을 찾아갔다. 다년간의 연구 끝에 여우는 맛이 달콤한 신품종을 개발하여 포도 농가에 역사적 한 획을 긋는 전설 같은 존재가 되었다. 훗날 여우는 모든 업적을 자신이 만난 선생님들을 거론하며 이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다고 회고하였다.


교사 존재의 이유이다. 무기력한 아이가 노력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화 하는 것, 아무 목적의식 없이 시간만 보내는 아이가 뚜렷한 삶의 방향을 정하도록 이끌어주는 것,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헤매는 아이들을 인도해 주는 것이 바로 교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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