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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배짱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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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영호 Sep 22. 2023

배짱

9.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싱가폴 IV

'싱가폴에서는 씹던 껌을 길거리에 뱉어 버리다 걸리면 벌금이 어마무시하다네. 담배꽁초도 물론이고. 그러니 다들 조심하세요.'


싱가폴 공항에 도착하자 인솔자인 인사팀 김대리님이 일행 전원에게 전달한 사항이다.


'그럼 나라 전체가 무지하게 깨끗하겠다.'


'그러게, 싱가폴은 중국인들이 주류라고 해서 별로 깨끗하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얼마나 깨끗할지 궁금해지네.'


새로운 나라에 처음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궁금증을 갖게 마련인데 도시 미화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중국인들이 건설한 도시국가라고 하니 어디 얼마나 깨끗하고 잘 관리했는지 한 시라도 빨리 확인해 보고 싶은 안달감에 조바심이 났다.


공항에서 약 30분 정도를 오니 바로 도심으로 연결되었고 호텔까지 가는 도로변은 물론이고 가로수 역시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는게 여기는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이국적인 도시였고 딱히 이렇다할만한 원인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잘 가꾸고 관리되어진 도시 국가의 면모가 느껴졌다. 호텔 주변은 우리나라 명동보다도 훨씬 많은 마천루가 즐비했다. 조그만 섬나라 도시국가를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키워내 선진국 반열에 올린 것 등 모든 것이 한사람의 지도자가 진두지휘해서 만들어 낸 것이라니. 다시 한 번 지도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고 그저 놀라운 일이었다.


'시내 탐방을 또 해 봐야겠지?'


우리 동기들은 어느새 약속이나 한듯이 방에 짐을 넣어놓고 로비에 모였다.


'오차드 가든이라는 곳이 우리나라 명동 같은 곳으로 백화점들이 모여 있답니다.'


오차드 가든이라는 곳을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는데 지하철 역시 깜놀할만큼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사람이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차드 가든에 도착한 우리들은 귀국 일자가 다가옴에 따라 한국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는데에 여념이 없었고 적당히 쇼핑이 끝났을 무렵 출출한 김에 눈에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일행이 9명이었는데 주문을 받아 합계해 보니 햄버거가 24개였고 콜라 9개 감자튀김 9개였다. 조금 많지 않나하는 생각에 주문대에 가서 그대로 주문을 하니 종업원이 내 얼굴 한 번 보고 우리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 한 번 보더니 햄버거 24개가 맞냐고 재차 확인을 한다. 순간적으로 너무 많이 시켰나 했지만 20대 청춘들이니 얼마나 많이들 먹고 먹어 왔던가.


햄버거를 뚝딱 해치운 우리 일행은 오차드가든 탐방길에 나섰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 주류는 대부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인가 보네.'


'싱가폴 역시 화교가 경제, 정치를 꽉 잡고 있는데도 거리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여기 로컬 인종이 많이 보이네.'


'야, 그나저나 길거리에 껌딱지 있나 찾아보자. ㅎㅎㅎ'


'그럴까?'


우리 동기들이 한동안 인도를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껌딱지는 물론 담배꽁초 하나없이 정갈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내일은 공식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내일 오전에 지사에 가서 인사하고 오후에는 자유시간, 그리고 저녁은 지사장님과 함께 하는 일정입니다.'


여독이 덜 풀린 탓인지 우리 일행은 조금 이른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 각자의 방으로 해산했다.


이른 아침 로비에 모인 우리 일행은 지사로 향했다.


지사에 도착해 보니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재원은 물론 현지 채용인(로컬 스탭)들이 출근해서 무언가를 바쁘게 처리하고들 있었다.


주재원분들과 현지 채용인들에게 단체로 인사하고 끝으로 지사장님께 인사하러 방으로 들어섰는데, 앗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내가 면접때 예상치 못한 주제로 곤혹 아닌 곤혹을 치를 때 흑기사 역할을 해 주신 임원분이 여기 계시는게 아닌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분은 개인적으로는 동문 선배님이시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 이신데 아마도 까마득한 후배놈이 안쓰러우셨는지 흑기사가 되어 주셨던 것 같다.


지사를 나온 우리 일행은 싱가폴 제일의 관광 명소인 센토사로 발걸음을 옮겨서 관광을 했으나 찌는듯한 더위에 모두들 지쳐서 이내 오차드 가든의 쇼핑몰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싱가폴은 국가 규율 자체가 워낙 쎄고 물가도 비싼 편이고 지사장님이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하셨다고 하여 별다른 엑티비티를 찾아 헤메는 대신 호텔에 일찍 돌아가 체력을 충전하기로 하였다.


'싱가폴은 다들 처음이지?'


'네.'


'그래, 많이들 구경했어?'


'네. 센토사하고 오차드 가든 쪽을 주로 봤습니다.'


'그래? 느낌이 어땠어?'


'......'


'대부분 이야기를 들었거나 느꼈겠지만 이 나라는 조그만 섬나라이자 도시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인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금융과 물류의 허브가 된나라야. 지금은 선진국 반열에 들었고. 여러분도 우리회사에 입사했으니 세계 최고의 종합상사가 될 수 있도록 힘들 써 주게.'


'네에.'


길것 갔았던 9박 10일의 일정 역시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쏜쌀같이 지나갔고 이제는 그야말로 진정한 정글 속으로 들어갈 일만 남겨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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