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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선 Mar 23. 2024

세상의 모든 사람

인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다.

딸이 주말 알바를 시작했다.

PC방에서 4시간 일을 하는데 최저 시급보다 조금 높다고 한다.

인사하고 나가길래 엄마 따라갈까? 했더니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다.

끝나는 시간 한 시간 전에 PC방에 도착해서 딸을 찾으니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PC방이 꽤 커서 찾기도 힘들다. 딸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카운터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언젠가는 오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빠른 걸음으로 청소 세트를 들고 나타난다.

많이 바빠 보여 엄마가 뭐 좀 도와줄까? 하고 카운터로 가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한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쉴새 없이 청소와 간편식을 만들고 있는 딸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니 자리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에어프라이기에 무언가를 돌리고 커피를 내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딸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일을 하고 있는데 눈이 쭉 찢어져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20대 초로 보이는 한 청년이 카운터에 있는 휴지를 돌돌 말며 내 딸 뒤통수를 쳐다본다.

그 찢어진 눈을 위아래로 흘기며 내 딸을 쳐다보고 있다.

내 딸은 그런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음식을 돌리며 음식이 익어가는 동안 쟁반과 필요한 도구를 빠르게 담고 있다.

그 모습은 이유없는 공격성이다. 내면의 분노가 자신의 우월한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나보다 약자인 사람에게 무차별적이고 비겁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공격성임을 눈치챘다.

그 청년은 휴지를 돌돌마는 약 10초간 이유없이 알바의 뒤통수를 괜시리 위아래로 흘겨 본후 원하는 만큼의 휴지가 다 말아졌는지 돌아갈때는 흘기는 인상은 풀고 여전히 세상에 불만 많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갔다.

그 10초간 나는 생각했다. 저** 뭐지? 금쪽같은 내 새끼 뒤통수를 왜 째리는거야? 시비거는 말 한마디만 해봐라. 바로 일어서서 내 딸인데 무슨 일이지? 하고 말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정글이다.

내 눈에 소중한 자식이지, 밖으로 나가는 순간 부모는 아무것도 해 줄수가 없다.

사랑하는 마음은 마음일뿐 지켜주지 못한다. 자녀는 스스로 자신을 향한 영문도 모르고 이유없는 공격과 싸워야 하며, 비겁하고 잔인한 사람들에게서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어릴때는 사랑으로 길러야 하지만 아이가 철이 들기 시작 할 때부터는 자신을 지키는법, 타인도 나와 같은 소중한 인간임을 이해하고 인간애를 갖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

사랑하는 딸, 정글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랑으로 무장하고 지혜로 방패를 삼기를 바래!


홍쌤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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