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꽤 커서 찾기도 힘들다. 딸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카운터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언젠가는 오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빠른 걸음으로 청소 세트를 들고 나타난다.
많이 바빠 보여 엄마가 뭐 좀 도와줄까? 하고 카운터로 가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한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쉴새 없이 청소와 간편식을 만들고 있는 딸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니 자리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에어프라이기에 무언가를 돌리고 커피를 내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딸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일을 하고 있는데 눈이 쭉 찢어져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20대 초로 보이는 한 청년이 카운터에 있는 휴지를 돌돌 말며 내 딸 뒤통수를 쳐다본다.
그 찢어진 눈을 위아래로 흘기며 내 딸을 쳐다보고 있다.
내 딸은 그런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음식을 돌리며 음식이 익어가는 동안 쟁반과 필요한 도구를 빠르게 담고 있다.
그 모습은 이유없는 공격성이다. 내면의 분노가 자신의 우월한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나보다 약자인 사람에게 무차별적이고 비겁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공격성임을 눈치챘다.
그 청년은 휴지를 돌돌마는 약 10초간 이유없이 알바의 뒤통수를 괜시리 위아래로 흘겨 본후 원하는 만큼의 휴지가 다 말아졌는지 돌아갈때는 흘기는 인상은 풀고 여전히 세상에 불만 많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갔다.
그 10초간 나는 생각했다. 저** 뭐지? 금쪽같은 내 새끼 뒤통수를 왜 째리는거야? 시비거는 말 한마디만 해봐라. 바로 일어서서 내 딸인데 무슨 일이지? 하고 말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정글이다.
내 눈에 소중한 자식이지, 밖으로 나가는 순간 부모는 아무것도 해 줄수가 없다.
사랑하는 마음은 마음일뿐 지켜주지 못한다. 자녀는 스스로 자신을 향한 영문도 모르고 이유없는 공격과 싸워야 하며, 비겁하고 잔인한 사람들에게서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어릴때는 사랑으로 길러야 하지만 아이가 철이 들기 시작 할 때부터는 자신을 지키는법, 타인도 나와 같은 소중한 인간임을 이해하고 인간애를 갖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
사랑하는 딸, 정글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랑으로 무장하고 지혜로 방패를 삼기를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