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드는 순간 그 찰나의 깜빡임은 죽기 직전의 상태와 유사할까? 오늘을 돌아보거나 내일에 대한 망상을 하며 누워있는데, 서서히 쌩뚱맞은 생각과 알 수 없는 시차가 머릿속 저 뒤편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 순간 눈을 깜빡이면 잠에 드는 것 같다. 굳이 궁금해서 애써 정신을 차리며 잠들어보자고 노력했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잠에 드는 태도는 보통 둘로 나뉜다. 머리만 대면 잠든다는 부류의 사람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나는 번갈아가며 일정하지 못한 수면 패턴을 가진 사람에 속하는 것 같은데. 어떨 땐 죽을 만큼 피곤한데도 잠에 들기가 어려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반면, 어떤 날엔 눕자마자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이를 기다렸다는 듯 악몽을 꾸곤 한다.
꿈속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도 선명하면, 살면서 지나가다 한 번이라도 마주한 사람이라던데. 조연 같지만 대부분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꿈속 낯선 사람들을 실제로 다시 보게 된다면. 그들도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앞의 전제가 옳다면 현실 세계에서의 두 번째 만남이 될 테니까. 꿈속까지 계산한다면 세 번째겠지. 꿈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울고 웃고 함께하고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고. 현존하지 않는 시공간을 함께한다. 그러다 툭, 시차는 꼬이고 공간이 뒤틀린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간절하게 불러도 고요한 외침.
자주 그리워지곤 했다. 누군진 모르겠는데 애틋한 듯 낯이 익고, 괜히 반가운 목소리. 혼자 관조하듯 바라보지만 우린 충분히 서로를 알고 있다는 눈빛. 내가 가진 생각을 당신도 한 번쯤 떠올렸을 거란 착각. 그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몸의 움직임. 결국 또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 다시 낯선 얼굴. 익숙한 목소리. 수차례 반복되다 잠에서 깨어났다. 블라인드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찡그리며 현실을 자각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숨을 고르는 사이 꿈은 휘발되어 사라진다. 이 찰나의 순간. 무슨 생각을 하나요. 불안함일까 그리움일까 기대감일까. 아니면 꿈을 꿨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개운한 아침을 맞이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