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이사할 때, 무슨 생각 하세요?
이번엔 어디로 가지? 사는 곳을 옮긴다는 건 물리적인 짐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모두 변하는 거라 돌이켜보면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닌데 나에겐 가장 익숙한 변화이기도 하다. 어릴 적 짧게는 한두 해, 길어도 서너 해마다는 이사를 다닌 탓에 이삿짐을 싸는 요령 같은 건 일찍이 터득했고 내게 소중한 건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심리적인 절차에도 능숙했다. 곧 익숙해질 거라 다독여보는 새로운 집과 풍경, 달라진 이웃, 더 길어지거나 혹은 짧아진 등하굣길, 어디에서나 들리는 새로운 억양.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내 삶은 크게 요동 치곤했다
독립을 했지만 여전히 이사는 벗어날 수 없다. 다니던 학교에 따라, 직장에 따라. 이제는 현실적인 내 재정상태에 따라. 좀 더 쾌적한 환경을 꿈꾸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계약 상황에 떠밀리기도 하고. 어차피 옮길 거 욕심 좀 내보자고 원하는 컨디션을 나란히 작성하다가 상승만 하는 서울 집값에 염세적인 태도로 멍하니 지하철 노선도를 바라보는 서울살이라는 것. 이렇게 크고 높은 건물들이 불빛을 내며 야경이란 것을 만들어 내는 도시에서 왜 마땅히 내가 살 곳은 없는 걸까.
그래도, 가야지. 약간의 억울한 마음을 꾹 누르며 나름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이사 과정을 적어보려 한다. 살면서 했던 수두룩한 이사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이번 이사.
처음으로 한 일. 가격 타협. 한동안 뉴스에 매일 나오던 전세사기에 불안감을 안고 결코 전세로 가진 않으리라 다짐했던 시기가 있었건만, 이런 수요를 알기라도 하는 듯 월세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월 내가 부담할 수 있는 가격 상한선을 정했는데, 월세로는 터무니없는 가격. 게다가 넓어봤자 투룸 정도를 꿈꾸는데 반전세에 가까운 보증금을 요구하는 걸 보니, 비교적 안전한 전셋집을 찾기로 했다. 이제 3년 차 직장인이 전세자금을 몽땅 구했을 리 없고 부모님께 요구할 돈과 의지는 더 없다. 전세대출 이자율을 고려해 한 달치 이자와 관리비를 어느 정도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 상한선을 정했다.
두 번째. 사실 가격 타협을 하고 나면 그 뒤는 쉽다. 왜냐면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반토막 난다. 투룸도 가까스로 되거나, 분리형 원룸 정도. 그 안에서 내 가치로 저울질하는 거다. 내가 가격 다음으로 고려한 건 평수냐 건물의 연식이냐였다. 사실 원룸을 벗어나고자 이사를 결정한 게 크긴 했는데, 투룸에서 신축은 내가 설정한 가격 범위를 벗어난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이 가격으로는 비교적 연식이 있는 투룸 vs 신축에 가까운 1.5룸인데. 어릴 적 살던 구축 아파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과 벌레에 대한 공포가 굉장하다는 내 성격을 들여다봤을 때, 그래도 1.5로는 갈 수 있잖아!라는 희망으로 신축급을 택했다.
세 번째. 직장과의 거리 및 교통. 세 번째로 밀린 게 의아하긴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양보의 폭이 넓은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서울 중에서도 중심 부근에 있다. 회사 근처 역세권에 얻는 건 애초에 희망하지 않았다. 도어 투 도어로 30분(걸음이 느린 날까지 고려해 준다면 뭐 35분 정도) 내외인 곳.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1순위 가격과 2순위 신축 1.5룸, 통근 30분 내외가 지켜진다면 한 번의 환승 정돈 괜찮았다.
여기까지 해낸다면 거의 다 끝나긴 했다. 특정 역이나 동네로 간추려지고, 볼만한 오피스텔이 정해지고, 세부적인 기준으로 집을 고르면 된다. 근데 적어도 나만큼 라이프스타일이 분명하고 나름의 취향이 있다면, 여기서부터 가장 힘들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