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공간,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요?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도 내가 좋아하는 행위. 누군가는 마음껏 어질러놓고도 마음 편하게 누워있는 시간일 수 있고, 누군가는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일 수 있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업무를 꿈꿀 수도 있겠다. 8년의 자취경력을 돌아봤을 때 남을 의식하지 않고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시간, 정말로 필요한 공간은 심플했다. 넓지 않아도 되니까 내 한 몸 편하게 앉아 책 읽고 노트북 투닥이는게 너무나도 안락한 시공간. (+이와 동시에 커피나 하이볼을 마시는 행위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번 이사의 목표가 됐다.
지난 편에 쓴 세 가지 타협과 고민 끝에 이사갈 집을 정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째 선택이 살짝 엇나갔다. 신축급 1.5룸에 희망을 걸었지만 막상 눈여겨 본 집들에 관리비를 더하니 첫번째 관문이었던 월 부담상한선을 넘기 시작했다. 신축급 집을 다 둘러봤는데 다시 구축을 돌아보자니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돈을 조금 더 부담할까 유혹에 넘어 가다가도 매월 꼬박꼬박 스스로 부담이라 느낄 가격을 지불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돌다가 눈에 들어온 곳. 1.5룸이라기엔 약간의 속임수가 있는듯한, 원룸에 중문이 있는 정도다. 그래도 잘 공간은 분리됐으니 1.5라면 1.5룸인데, 온전히 하나의 방으로 쓰지는 못하는 그런 정도. 그럼에도 계약한 이유는 작은 원룸 평수에 비해 빌트인 수납이 잘 되어있는 오피스텔인 점, 때문에 일반 원룸에 비해 큰 냉장고와 신발장, 비교적 창이 크고 시야가 답답하지 않아 심적으로도 편하고 햇볕이 잘 든다는 점. 그렇게 모든 희망 사항을 아슬아슬하게 다 충족해서 애매한 1.3룸 정도의 오피스텔로 계약했다.
오늘의 집 3D 인테리어를 켜놓고 이리저리 배치해 본다. 분리된 작은 방에는 침대하나 넣으면 끝나고, 거실이라기엔 여전히 작은 방 하나인 그 곳을 최적의 공간으로 만들기. 넓은 소파를 하나 둘까 싶었는데, 난 막상 책을 읽을 때 푹신한 소파보단 적당히 바른 자세로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선호한다. 그렇다면 식탁 겸 책상으로 쓸 수 있는 테이블을 두고 한 쪽엔 작은 소파, 한 쪽엔 의자를 둘까. 그러면 소파와 책상의 높이가 맞을까? 일단 소파를 둔다면 무조건 햇빛이 제일 잘 들어오는 위치에 둬야지. 벽지를 고려하면 화이트나 밝은 우드톤이 좋은데, 내 집중력과 편안함을 고려하면 월넛 우드나 짙은 색이 나을 것 같고. 끝없는 고민과 여전한 번복. 그렇지만 이 시간이 참 즐겁다. 스쳐 지나가던 내 취향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기분. 유광보단 무광. 메탈보단 나무. 무채색보단 자연의 색.
그래도 이사하는데 필요한 거 없냐고, 공기청정기를 놔줄까 물어보는 부모님의 말에 처음엔 거절하다가 수건을 싹 바꿔달라고 했다. 수건은 내가 첫 월급을 받고 샀던 것이기도 하다. 가방도 옷도 아니고, 수건. 매일 사용하지만 내 돈으로 사본적은 없는 것 같다고, 그렇지만 하루의 기분을 정하는건 샤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라는 생각에 첫 월급으로 수건을 샀었다. 폭닥폭닥 호텔처럼.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시간, 애정이 듬뿍 들어있는 공간. 이번 집도 잘 지내보자. 내가 좋으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