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 무슨 생각 하세요?
당신은 쉽게 분노하는 편인가요?라는 질문받았을 때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느끼는 게 분노라는 감정인데,라고 답하고는 분노가 어떤 감정이더라 뒤늦게 떠올렸다.
사전적 정의로 분노는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 우리가(혹은 내가) 문득 생각하는 의미보다 강한 정의를 갖고 있다. 내가 생각한 분노는 하루에도 여러 번 찾아오는 감정의 변화 폭 중에서 ‘가장 소리치고 싶은 감정’이라고 할만하다. 이를 되짚어보면 다소 모순적이게도, 분노는 내 에너지가 충분할 때 찾아오는 감정이기도 하다. 적어도 우울과 무기력과는 다른 결의 상태. 상황이 마땅치 않거나 누군가 나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내 스스로의 행동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오는 감정.
요가 수업에서 분노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선생님은 ‘생각해 보면 분노는 내가 나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나오는 감정’이라고 하셨다. 상황이 부당할 때 그에 반응할 수 있는 에너지. 누가 나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행위에 해를 입히려 할 때 그에 반응할 수 있는 에너지. 앞서 말했듯 무기력과 다른 결의 감정이라는 자체가, 나를 힘 빠지게 하기는커녕 내 안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이 상황과 감정을 방어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외치는 표출과도 같다. 부정적인 성격을 띠지만 나라는 사람에게 ‘나쁜 감정’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유튜브나 서점을 돌면 흔히 보이는 문장이 있다. 분노를 다스리는법, 분노를 가라앉히는 법, 극단적으로는 분노하지 않는 방법!과도 같은 타이틀. 이들이 내포하는 공통된 메시지는 ‘분노는 좋지 않으니 없애야 한다’는 것인데, 내가 겪은 대개의 경우 분개한 감정과 직면하지 않는다면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꽤나 자주 화를 달고 살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조차 왜 화가 나는지 이유를 짚어보지 않고 그저 시간이 지나 가라앉혔다면 그 응어리가 남아있는 사람.
힘들어도 안고 가야 하는 감정의 상태라는 것. 지금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고 싶고 소리 지르고 싶고 눈물이 차올라도 이 상태를 알아차릴 만큼 바라보고 그에 반응하는 나와 가까워지는 것. 분노에서 한 발자국 떨어지는 게 아니라 분노하는 나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으로 응시해 볼 것. 그럼에도, 현재야 차분한 상태이니 이런 정리라도 되지. 분노가 차오를 땐 여전히, 사는 것 참 번거롭고 귀찮다! 맥주나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