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어떻게, 믿음은 왜 무너지지 않았을까?
비서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하지만 민감한 순간들이 생긴다.
그리고… 때때로 실수도 한다.
문제는 그 순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있다.
“이번 주에 가족 여행을 가는데...”
“아이가 입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가끔 상사는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비서에게 말한다.
그때 중요한 건, 공감하되, 기억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반응하지 않기
남에게 절대 이야기하지 않기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업무 이야기하기
이런 사소한 순간 하나가,
‘이 사람은 말해도 되는 사람이구나’라는 신뢰로 이어진다.
“팀장님이 그거 왜 우리한테 시킨 거예요?”
“어제 그 지시, 본부장님이 원한 건가요?”
비서는 지시와 요청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때로는 메신저가 공격 대상이 된다.
이럴 땐 이렇게 정리한다:
“그렇게 전달된 걸로 알고 있어요”
“정확한 의도는 다시 확인해드릴게요”
감정적인 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내 감정을 넣지 않는 말투가 갈등을 줄인다.
사람들이 화내는 건 대부분 ‘내용’이 아니라 ‘톤’ 때문이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의 자세’다.
예를 들어,
회의 일정을 잘못 공지해서 두 명이 동시에 회의실에 왔을 때
중요한 메일에 첨부파일을 빠뜨렸을 때
상사의 요청사항을 깜빡했을 때
그날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밤에 누워서도 생각난다.
하지만 실수 뒤에 이런 행동이 신뢰를 지킨다:
인정한다. “제가 확인을 소홀히 했습니다.”
해결한다. “지금 바로 정정하겠습니다.”
되풀이하지 않는다. 다음엔 체크리스트에 추가한다.
상사는 완벽한 비서를 원하지 않는다.
실수했을 때 도망가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
비서는 조직 내에서 조용한 사람이다.
그래서 실수도 조용히 묻히기 쉽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회피하면, 그다음부터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는 사람에게 더 큰 일을 맡긴다.
그게 신뢰라는 걸, 이 일을 하며 배웠다.
어느 날, 회의 자료를 잘못 인쇄해 당황했던 날이 있었다.
상사는 아무 말 없이 회의를 시작했고,
회의가 끝나자 조용히 말했다.
“다음부턴 한 번만 더 체크해봐요. 사람 일이라는 건 다 그런 거니까.”
그 말이 나를 더 좋은 비서로 만들었다.
실수는 부끄럽지만,
실수를 통해 나의 기준이 올라간다는 건 꽤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