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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준생 Jun 11. 2024

실수 회피를 회피하기

내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 되자.


실수를 저질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주로 하는 반응은 외면하거나, 덮으려 하거나, 인정하거나 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쉬운 건 뭘까? 외면하기? 덮기? 그럼 가장 어려운 건? 아마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고르라고 한다면 ’내 실수를 인정하기’ 이다.


내 실수를 인정하는 건 비밀을 숨기는 것만큼 어렵다. 비밀도 숨기려 할수록 말하고 싶어지 듯 실수도 저지를수록 인정하고 싶지 않다. 처음 실수를 하면 ‘아차!’ 싶으면서 ‘아니 근데…’로 이어진다. 고의가 아니었으니까 ‘방금은 그럴 수 있지 않았나?’ 혹은 ‘근데 이게 오롯이 내 잘못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든다. 그러면서 내 실수를 목격한 사람이나 고쳐주려 했던 사람에게 내가 맞는 듯 행동했던 모습이 우스워진다. 그 모습이 우습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더욱 인정이 되지 않는다.


오늘 아르바이트에서 트레이 준비를 하다가 요거트 그릇을 하나 놓지 않는 실수를 했다. 다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릇 하나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의심이 들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내 실수를 짚어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신이 알고 있는 게 확실하냐는 듯이 물어봤고, 내 실수는 그렇게 자취를 감출 뻔했다. 하지만 정말 그릇 하나가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손님이 다시 요청을 했고, 그때 나는 내 실수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과 민망함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하자면 수치심이었던 것 같다. 그토록 땅을 파고 사라지고 싶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수치심이 눈 앞을 가려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깨달았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히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다 문득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쪽팔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분명 내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모습 때문에 이불킥을 할 미래가 그려졌다. 그때 또 나는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실수를 한 것보다 더 쪽팔린 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함께 일하던 직원과 사장님께 사과를 드렸고,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함과 동시에 수치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 순간 정말 미안해서 사과를 했다기보다 내 수치심을 덜기 위해 했을 수 있다. 이 또한 인정한다. 내가 한 사과가 진심이 아니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실수를 인정하고 그걸 밝히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용기였다. 아마 그 마음이 닿았기 때문에 두 분도 내 사과를 받았던 게 아닐까. 지금 글을 쓰면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두 분께 진심으로 미안하고 늦지 않게 사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건 수치심이 드는 일이다. 특히 실수인지 몰랐다가 깨달은 경우는 더 그렇다. 하지만 순간의 수치심 때문에 사과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실수하는 사람보다 더 최악인 건 잘못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음부터 그러지 않으면 된다. 그거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굳이 한밤중에 이불을 걷어차며 후회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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