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님의 웰컴 인사가 매우 능동적이었다. 행선지를 말하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아저씨의 노성이 들렸다.
"바쁜 시간에 도로에 저렇게 차를 세워두냐!!!!!!"
무슨 일인가 싶어 앞을 보니 도로에 차 한 대가 깜빡이를 켜고 세워져 있었다. 운전자가 도로변 가게에 잠깐 들어간 모양이었다. 덕분에 2차선 도로 하나가 막혀 병목이 생기고 혼란이 생겼다. 아저씨는 그 병목을 빠져나오고서도 한참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운전자를 비난했다. 나에게도 동의를 구하기에 맞장구를 쳤다. 기사님은 분이 좀 풀렸는지 요즘 날씨가 참 좋다며 금세 다른 주제로 건너갔다. 나는 역시 맞장구를 쳤다.
얼마 안 가 사거리가 나왔다. 승합차 한 대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앞에서 주춤거렸다. 무슨 사정인지는 멀리 서는 알 수 없었지만 금세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기사님은 또 화가 났다.
"운전을 왜 저따위로 하는 거야!!!!!!"
기사님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으며 화를 쏟아냈다. 이 모든 감정의 변화가 불과 10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졌다. 문제는 해결됐고 차의 흐름은 금방 원활해졌다. 기사님은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도로의 사정에 따라 분노와 화기애매함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은 탈 때와 마찬가지로 친절한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 기사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성으로는 통제가 안 되는 감정의 변화가 여과 없이 표출되는 것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이다. 다만 도로 위가 아니라 야구를 보면서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응원하는 팀이 1등을 해도 10등을 하고 있어도, 하나의 승과 하나의 패에 연연하며 감정이 요동치고 세상은 오직 승리의 환희 아니면 패배에 절망뿐인 듯 반응하고, 한 게임 안에서도 투수의 볼질 하나에, 야수의 실책 하나에 분노를 쏟아내다가도 안타가 나오거나 홈런이라도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러댄다. '야구가 뭐라고'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어느 야구 유투버의 말처럼 '야구는 몸에 해롭다'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어느샌가 삶에 한 부분이 되어 있기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사님도 운전이 도로의 원활한 흐름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손님을 친절하게 , 목적지까지 신속정확하게 도착시켜야 한다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여러 도로 위에 예측불가능한 상황들이 기사님을 화나게 하는 것처럼, 144경기 중에 6할, 85경기 정도를 승리해도 우승권이라고 하는 야구에서, 승과 패의 차이는 6:4로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또 응원하는 팀에 따라 어쩌면 패가 더 많은 시즌일지 모르지만 야구팬은 승리와 패배에 늘 순간순간 새롭게 진심이 된다. 왜 이런 감정소모를 하고 있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부분이 인생과 비슷해서 야구에 진심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