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24.5.1~8.4.
미술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범주가 넓어졌다. 종교미술, 특히 조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미술사는 차츰 왕실, 도자기, 공예 등을 포함하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에 아름다움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평의 확대는 역사 속에서의 발견과 그 발견에 대한 의미부여, 그리고 서사가 덧대어지면 비로소 눈에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덕수궁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 자수 전은 미술사에 지평을 넓히는 전시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봉건사회에 '을'로서 여자에게 독립된 창조자로서의 서사를 부여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0여 년이 넘는 자수의 서사를 막상 펼치고 보니, 세상이 요구하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추종했을지언정 그 아름다움은 치열하기 그지없었으며, 점차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아름다움을 넘어 자신 안에 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보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저 규방의 공예로만 알고 있었던 자수는 일제강점기와 근현대를 지나 많은 이야기들을 쌓아 올리고 있었으나, 나는 그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 전시로 알게 되었다. 천과 실, 그리고 바늘과 하나가 되어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빚어내는 결과물 속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