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단상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지나온 새해 다짐 중에서 미뤄두었던 하나를 찍어 완수하리라 했던 다짐을 포함하여 다이어트를 굳이 다시 꺼내 들었던 것은 찰나의 기분과 타협한 대가로 얻은 찌꺼기들이 몸에 들러붙어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껍데기가 되기 전에 일부라도 제거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한몫했다.
사는 데로 사는 나에게 변화는 언제나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이고, 그 심연에는 노력해 봐야 인생사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는 깊은 회의가 뿌리내려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에, 흘러가는 것을 당겨 굳이 옆에 매어두고자 하는 시도는 허망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용우 스위치온 다이어트 4주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된 것은 안 그런 척해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강력한 욕망도 그 무저갱 같은 깊은 바닥에 진득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운동을 제외하고, 모든 주의 사항을 지켜가면 마지막 4주째 3일의 단식까지 완료했을 때, 내 체지방은 2.5kg 정도 빠져 있었다. 순수하게 지방만을 빼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대로 지저분한 음식을 먹는 삶으로 빠르게 돌아갈지언정 밀가루와 탄수화물, 당질을 제한했을 때, 몸이 응하는 반응은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내 몸 안에 있다는 짜장면 200그릇은 회의와 욕망이 찰나처럼 왔다가는 그 조용한 격랑 같은 매일의 삶에서 모호한 단 몇 분 후를 예측 가능하게 하는 즉각적인 반응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감각을 얻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며, 단식을 하는 동안, 때로 아찔할 만큼 직선적으로 말을 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얼굴에 띄우거나, 나의 욕망보다는 타인의 욕망을 우선하기를 거부하는 자신을 보았다. 탄수화물은 을로 사는 나에게 일종의 연료 같은 것이었으려나? 하는 생각과 매일매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써온, 내 피부인지 아닌지 구별조차 안될 만큼 익숙해진 소위 '사회적 자아'를 메타인지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자신이 인내심이 없고, 쉽게 짜증이 솟구치며, 좋은 것이 좋은 거다와 같은 타협을 간단하게 선택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싫지 않다는 것을, 애초부터 좀 이렇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조차 했음을 '인지'하고 보니, 다이어트라는 것은 잉여의 지방을 덜어내는 것 이전에, 사회적 자아라고 하는 타협의 껍데기,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 주목받고 싶어 하는 욕망,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멀어져 속이 텅 비어 '허하다'라는 날카로운 감각과 맞닿게 하는 도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생업에 경도되어 있는 이 비루한 삶 속에서, 그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날카로운 키스'처럼 때때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자신을 조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