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기아 타이거즈의 현재 순위는 8위다. 부러 10위를 하고 있는 키움을 빼고 감독이 시즌 중에 교체되는 내홍을 겪은 9위 두산과 겨우 3경기차이다. 시즌 초반은 작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주전들의 줄이은 부상과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2군 선수들, 한때 기아타이거즈가 아니라 함평타이거즈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반기는 정말 잘 버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아주 긴 연패는 없었지만 승이 드물다. 패패패패승 다시 패패패. 정말 이런 경기를 팬들이 보라는 것인가? 하는 분노가 끓어오를 정도로 실망스러운 경기도 제법 있었다.
혹자는 자율훈련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작년의 우승에 취해 목표의식이 작년만 못하다는 평가도 한다. 작년 리그 mvp와 150억의 선수가 부상을 입어 시즌의 절반도 뛰지 못하고, 부상이 줄이어지면서 트레이닝파트의 부실도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시선도 있다. 그리고 원래 기아는 우승한 다음 해에는 5위를 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기아타이거즈는 선발이 잘 던지는 날엔 타선이 침묵하고, 타선이 폭발한 날에 불펜이 불을 지르고, 질 수 없다고 생각한 점수 차이에 올라온 마무리는 불론 세이브를 넉넉하게 하고, 그 어이없는 패배 뒤에는 침체기가 상당기간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지키지 못하는 야구, 이번 시즌의 기아의 야구는 자존심도 팬들도 물론 승리도 지키지 못하는 야구이다.
그런 기아의 이번 시즌을 보면서 어쩌면 나 또한 현실과 타협하느라 많은 것을 잃어버리면서도, 자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패배가 길어지고, 그것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뱃속 깊은 곳에서 이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올라오는데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억지로 삼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꾸만 자꾸만 하게 된다. 기아의 패배를 바라볼 때, 어쩔 때는 분노를, 어쩔 때는 체념을, 어쩔 때는 냉소를 던지는 자신이 결국 삶에서도 그러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여전히 다른 방법을 찾고, 길을 헤매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냥 넘겨야 하는지 아니면, 아니면 현실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되는 밤이다. 오늘은 기아가 이겼다. 네일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고, 마무리 투수는 주자 1, 2루를 만들고 간신히 게임을 마무리했지만 세이브를 챙기지 못했다. 그래도 지지 않아서 기쁘다.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지킬 수 없다면 그 순간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 가? 번민이 신산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