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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May 24. 2023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를 허하라.

킬링로맨스

킬링 로맨스는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가 혼합된 영화다. 남자사용설명서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에 바탕에 깔려 있는 ‘그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관람비 15000원 시대에 이와 같은 다양성이 허용될 것인지에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아니다.


파란 수염을 기본 모티브로, 탑 속에 갇힌 공주를 구하는 기사의 이야기가 섞이고, 자본주의, 환경파괴, 기득권 카르텔, 학벌주의, 90년대 대중문화, 닥터 두리틀, 여성의 자아실현까지 모두 믹스되어 있는 이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취약해진 여래가 도피의 수단으로 택한 결혼이 마침내 성급하고 잘못된 것으로 판명이 났을 때, 이를 수습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규정한 것만이 행복임을 주장하는 권력자 남편을 떠나기 위해 여래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혼을 말하는 여래를 구석에 몰아넣고 귤을 던지는 시퀀스에서 은유하는 것처럼 조나단은 폭력남편이다. 여래는 결국 남편을 죽여야만 이 지옥이 끝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조력자인 여래바라기들이 있지만 스크린 안에 여래를 사랑했던 범우는 살인이라는 현실적인 폭력 앞에선 주춤한다. 그 대과를 감당할 수 없다지만, 그저 그만큼은 인간 여래는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여래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돌아가지만 결국 조나단을 제거한 것은 날지 못하는 새 타조였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이 선명한 권선징악은 현실에선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방식이다.


이 일련의 영화의 흐름을 보면서, 왜 인간은 미숙하고, 완전하지 않은데, 고통에서 도망치려 한 선택의 대가가 이토록 혹독한 것인까? 왜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기 위해선 이렇게 힘이 들고, 하늘의 도움까지도 받아야 하는 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잘못된 선택을 했어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부와 권력에 부속물이 되기보다는 자유를 선택한 이들에게, 현실이 좀 덜 혹독했으면 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인데, 감독은 그걸 의도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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