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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Jun 04. 2023

회의주의자_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2023

어렸을 때, 나는 독서광이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책을 먹어치웠다. 돌이켜보면 책을 좋아했다기보다는 무언가 읽지 않고서는 견디질 못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책 읽는 습관, 혹은 벽癖은 학업과 진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책 한 권을 완독 하는 일이 힘들어졌다.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놓고, 책을 구매해 놓고는 그대로 방치하는 일이 잦았다. 회사 갔다 오면 힘들어서, 주말엔 쉬어야지 하면서 책 읽는 일이 3순위, 4순위가 되었을 때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sns을 하면서 의식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시간이 가볍게 1-2시간은 된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했다. 


뭔가 공허하고 허무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면서도 그 행위는 피로를 푸는 이완의 일종이라고 위안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 시간들 속에서 의식은 날아가고 없다는 것을........


<도둑맞은 집중력>은 그런 면에서 현재 느끼는 있는 이 흐릿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정리해 준 책이다. 기자답게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서 주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뿐만 아니라, 음식, 교육, 약, 사회구조에까지 그 논조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책에서 언급되는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들은 뉴스나 기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한 번씩은 다루어졌던 문제들이나 그것을 집중력 focus이라는 논조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문제의 핵심을 명료하게 해 주었다.


저자는 집중력에는 세 가지의 층위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가 초점을 한 곳으로 모으는 스포트라이트, 두 번째가 장기적인 목표를 잃지 않게 해주는 스타라이트, 세 번째는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데이라이트이다. 


집중력은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하는 힘은 내가 나일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토대가 된다. 저자는 이 문제들이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이미 해결할 수 없고,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 현대인들이 무엇에 의해, 왜, 어떻게 움직이도록 유도되는지 얘기하고 있다. 거시적인 변화는 시간이 걸리니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질 좋은 8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은 일단 해볼 수 있다. 오랜만에 450페이지의 책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독 하니 느껴지는 뿌듯함은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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