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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Jul 20. 2023

playlist_Englishman in NewYork

선의 나침반

<선의 나침반>이라는 책이 있다. 숭산이라는 스님이 미국으로 건너가 선불교를 전파한 과정을 제자 현각스님이 기록한 것이다. 동양의 종교였던 불교를 파란 눈의 외국인이 배우고, 깊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기록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스승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던 제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부분이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이름을 말하거나 국적, 성별, 가족구성원으로서의 나, 직업 등을 말했지만 불현듯 그것 중에 어느 것도 진짜 나일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놓여나게 되고, 그 순간부터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암담함과 자유로움, 양가적인 감정 가운데에서도 용맹하게 정진하는 자만이 답을 얻을 수 있는 그 길 말이다.


 스팅의 ‘Englishman in NewYork’을 들었을 때, <선의 나침반>에서 말했던 여정은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음악은  퀜틴 크리스프(Quentin Crisp)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크리스프는 영국출신의 예술가였지만, 커밍아웃한 이후, 영국에서의 삶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미국으로 이주했던 인물이었다. 자유롭지만 이방인으로써 외로웠을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용기 있게 살아낸 삶이 스팅에게 영감을 주었듯이, 숭산스님이 말했던, 제자들이 가고자 했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 또한 이 노래가 그려내는 삶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리는 만나기가 어렵고, 그 진리를 배우기는 더 어렵고, 그 진리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렵다. 불교에서는 그 모든 것이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문득 유튜브에서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책이 생각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 것은 인연인가? 아니면 그저 유튜브의 알고리즘일 뿐인가?   


I don't drink coffee, I take tea, my dear. I like my toast done on one side.

저는 커피를 마시진 않습니다, 차를 마시죠, 아가씨 토스트는 한쪽만 구워진 것을 좋아하죠

And you can hear it in my accent when I talk.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그리고 제가 말할 때 억양에서 들을 수 있죠. 제가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걸요

See me walking down Fifth Avenue. A walking cane here at my side

5번가에서 걷는 저를 보시면 지팡이가 제 옆에 있을 겁니다

I take it everywhere I walk.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발이 닫는 곳마다 어디든 가지고 다니죠. 저는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니까요.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오, 저는 이방인, 적법한 이방인이죠. 저는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랍니다.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He's the hero of the day.

누군가 말했듯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면 그가 그날의 영웅이죠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무시를 감당하고도 웃을 수 있어야 진정한 남자니까요. 그들이 뭐라 하든 당신답게 살아요

Modesty, propriety can lead to notoriety. You could end up as the only one.

겸손과 예의범절은 악평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결국엔 홀로 남을 수도 있어요.

Gentleness, sobriety are rare in this society. At night a candle's brighter than the Sun

관대함과 냉철함은 이 사회에서 찾기 쉽지 않죠. 밤에는 태양보다 양초 하나가 더 밝게 타오른답니다

Takes more than combat gear to make a man. Takes more than a license for a gun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선 전투 장비보다 더 나은 걸 손에 넣으세요. 총기 면허보다도 나은 것 말이에요.

Confront your enemies, avoid them when you can. A gentleman will walk but never run.

당신의 적과 대면하되 피할 수 있으면 피해요. 신사는 걸을 뿐, 뛰지 않으니까요.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He's the hero of the day.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면 그가 바로 그날의 영웅이랍니다.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무시를 감당하고도 웃을 수 있는 게 진정한 남자예요. 그들이 뭐라든 당신을 잃지 말아요.

(가사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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