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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Aug 19. 2023

잠 못 드는 밤…. 들

수면부족

생각해 보면 잠은 언제나 삶의 의무와 밤에 할 수 있는  즐거움에 밀렸다. 학생이었을 때는 코 앞에 닥친 시험들 때문에 밤에 애써 깨어 있어야만 했고, 수험생이었을 때는 11월의 단 하루를 위해 제대로 눕는 것조차 불안해지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사회에 나와서는 넓어진 관계와 관심 덕분에 모임도 많아지고, 취미도 다양해지면서, 밤에 깨어 있는 것이 즐거웠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퇴근 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밤을 그냥 잠으로 보내버리기에는 나만의 시간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아, 그 밤을 붙들고 늘어지곤 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스마트폰과 사람별그램 같은 sns에 사로잡혀 어느 순간부터 자의가 아닌 관습으로 밤의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보내버리곤 한다.


거기에 더해,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와 늦어지는 저녁 식사 탓에 어느 순간부터 몸이 길고 깊게 자는 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겁이 날 만큼 잠의 시간이 얕고 짧아져 있다. 예전에는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에 잠몰아서 자곤 했었지만, 이제는 주말에도 길게 자는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잠들어야 할 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은 누워있어도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몸이 먼저 알아챈다.    


수면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지면서 만성피로와 집중력 저하, 의욕상실, 에너지 부족 등으로 대변되는 ‘삶의 활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온전히 휴식하지 못하는 밤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낮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삶의 균형을 잡는 일에 소홀했던 순간들이 모여, 어느샌가 짧아진 수면 시간처럼, 짧은 호흡으로, 좁은 시각으로 그저 하루를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잠과 싸우지 않고, 밤이 어두운 이유가 자연 만물이 그러하듯 햇빛 속에서는 생장하고, 어둠 속에서는 응축하는 그런 질서 위에 나의 삶을 태우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입버릇처럼 ‘피곤하다.’라고 하는 말이 왠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사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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