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회고록- 생명현상은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by 오순영

생명현상은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디지털 코딩을 똑같이 하면 프로그램이나 영상을 무한대로 똑같이 만들 수 있지만, 유전자 코딩은 달라서 아무리 잘 코딩을 해도 매번 똑같은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도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 다른 겁니다. 복제된 양, 개, 원숭이도 비슷할 뿐이지 외모도 크기도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코로나 백신 속 mRNA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도록 설계되었으나, 정확히 그것을 만든다는 장담은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물질이 만들어져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건강보다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보다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인간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없고 경우에 따라 질병이 더 강한 육체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보다 건강한 것이 더 포괄적입니다. 더 포괄적인 것이 언제나 더 우선적입니다. 사기꾼, 약장사, 돌팔이, 정부는 건강보다 질병을 더 강조합니다. 국민의 건강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언제나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 정보의 결핍


인터넷을 통해 매초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 많은 정보가 사람의 생각을 다양하게, 박식하게, 여유롭게, 자유롭게 만들기보다는 더 무지하게, 더 편협하게, 더 성급하게 더 속박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보의 공급자, 수요자 모두 정보의 옳고 그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권위에 복종적인 한국인들은 더 권위적인 공급자가 제공한 정보를 본능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다른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생각이 바뀌지 않습니다.

환멸


잘못을 아무리 고치려 해도 고칠 수 없을 때, 오류가 계속 반복이 될 때, 이상과 꿈이 무너질 때 환멸이 찾아옵니다. 환멸은 신념, 지식, 노력이 선행되어야 생깁니다. 의사로서 느끼는 환멸은 비의학적인 행위가 아무 제약 없이 의학적 행위로 둔갑되어 행해질 때 생깁니다. 환멸은 직업에 대한 회의, 세태에 대한 증오, 고독과 고립, 더 나가서 자포자기를 일으킵니다. 환멸보다 더 괴로운 것은 환멸과 싸우면서도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어떤 인간이라도 하나의 생각이 강렬할 때 그 반대의 생각도 같이 일어납니다. 죽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그에 못지않게 살고 싶은 마음도 움틉니다. 절망은 희망을 동반합니다. 환멸이 엄습할 때는 그동안 했던 노력, 기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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