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회고록-고르디우스 매듭

21년 11월 14일

by 오순영

고르디우스의 매듭

기원전 12세기 현재의 터키 아나톨리아 반도에는 프리기아라는 왕이 없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테르미소스 성이 있었는데 이 성으로 우마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신탁’이란 신전의 여사제를 통해 신이 하는 말을 뜻합니다. 어느 날 시골 농부이던 고르디우스와 그의 아들 미다스가 테르미소스 성으로 우마차를 타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나라가 사람들은 신탁이 마침내 이루어져 우리도 복종해야 할 왕이 생겼다고 기뻐하며 고르디우스를 왕으로 추대하였습니다.


이후 고르디우스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 미다스는 아버지와 자신이 타고 온 우마차를 신탁이 내려진 “사바시오스” 신전에 바쳤고 신전의 신관들은 기둥에 매우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이 매듭을 고르디우스 매듭으로 이름 짓고 이것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였습니다.


미다스는 우리에게 미다스의 손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의 인물입니다. 미다스는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자, 양부인 반인반수 실레노스를 술을 취하게 만들어 납치를 합니다. 이 사실을 안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실레노스를 풀어줄 것을 간청합니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게 풀어줄 테니 자신을 최고 부자로 만들어 달라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가 만지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줍니다. 그런데 미다스는 만지는 것이 모두 황금으로 변하자 먹지도 못하게 되어 만지는 것 모두 금이 되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것을 깨닫고 실의에 빠지게 됩니다. 사랑스러운 딸을 보자 무심결에 껴안게 되어 딸까지 황금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 찾아가 모든 걸 되돌려 달라고 무릎 꿇고 빌며 간청하게 됩니다. 디오니소스는 스틱스 강(저승에 흐르는 강)에 손을 씻으면 저주가 풀릴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미다스는 스틱스 강에 손을 씻고 그 물을 통에 담아 가서 황금으로 변한 딸을 적시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딸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미다스의 신화입니다.

그리고 9백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기원전 356~323년)가 그리스 전역을 통일하고 남쪽 땅을 정복하기 위해 프리기아 땅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고르디우스의 예언을 듣고는 매듭을 푸는데 도전하게 됩니다.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풀 수가 없자 화가 나 칼을 빼어 들고 매듭을 끊어 버렸습니다. 이후 알렉산드로스는 예언대로 아시아의 왕이 되어 인도의 인더스 강까지 정벌하여 중앙아시아, 발칸 반도, 터키, 이집트를 포함한 대제국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대제국은 그리스 문화와 아시아 문화가 결합된 헬레니즘 문화가 꽃피웠는데, 특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스 등의 그리스 아테네 철학이 전역으로 퍼져 나간 것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면 이것이 개인주의, 스토아 철학, 에피쿠로스 철학 등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는 철학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축과 조각의 예술성과 정밀함 그리고 기교가 특히 발전하였고, 간다라 미술이 생겼으며, 알렉산드리아에는 도서관이 지어졌고 인재들이 대제국의 여러 곳에서 모여들어 수학, 천문학, 물리학, 해부학 등이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생각의 전환을 뜻합니다. 어떤 일을 작정하고 할 때는 단호하고 과감해야 함을 뜻합니다. 생각을 전환하였으면 그 생각을 단호하고 과감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는 오리무중상태에 살고 있고, 또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하여 기존의 도덕윤리를 부정하고 자신의 뜻이 아니라 집단의 뜻으로 살며 심지어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까지도 집단의 견해에 따라 선택을 하여 살고 있습니다. 역사 속의 고대인보다도 자주적이지 못하고 자신 생각보다 집단 생각을 더 중시하므로, 한마디로 개인주의를 잃고 집단주의에 매몰된 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집단주의의 한 종류인 사회주의 세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3세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과감하게 자른 것처럼, 우리 몸과 생각의 자유를 꽁꽁 묶고 있는 집단주의의 매듭을 과감하게 잘라야 하겠습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보다 더 자주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집단에서 자신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해야 합니다. 집단으로부터의 독립을 추방, 고립, 외톨이, 불이익, 생존의 위험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유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누구도 두 번 살 수 없으므로, 반드시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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