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스, 메르스, 지카, 에볼라, 인플루엔자는 모두 RNA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RNA 바이러스가 이렇게 많은 병을 일으키는 것은 돌연변이가 많기 때문인데 이는 그만큼 인체의 면역을 회피하기가 용이함을 뜻한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늘 한 발 앞서 가고 인간의 백신개발은 뒤에서 열심히 쫓아가지만 아직까지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들어갈 때 세포막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이 문을 수용체(receptor)라고 부른다. 이 수용체에는 열쇠구멍이 있고, 바이러스에는 이에 맞는 열쇠가 있는데 이것들의 도킹을 막는 것이 백신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가 하는 일이다. 바이러스의 유전자에는 열쇠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설계도 영역(RBD, receptor binding domain)이 있는데 돌연변이가 이 부위에 생기면 항체를 회피하여 세포 속으로 잘 들어갈 수 있는 열쇠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도킹을 정확히 막는 항체를 중화항체로 부르고, 열쇠에 변이가 생겨서 도킹을 막지 못하는 항체를 비중화항체로 부른다. 그런데 이 쓸모없는 비중화항체가 많아지면 오히려 감염이 심해지는데 이것을 항체의존강화(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라 한다. 그러니까 코로나 19 바이러스처럼 알파에서 오미크론까지 많은 변이를 일으킨 경우에 백신을 여러 차례 접종하면 비중화항체가 많아져 오히려 감염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種間(종간)에는 감염을 막는 장벽이 있어 異種(이종) 간에는 감염이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를 뛰어넘는 것을 스필오버(spillover)라고 한다. 스필오버가 발생하면 면역력이 없는 숙주에 폭발적인 감염이 발생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원래 야생 침팬지에 기생하던 바이러스였다. 숲을 벌목하고 침팬지를 사냥하여 털을 벗기고 칼로 요리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 내로 스필오버 한 것이다. 1차 대전 때 발발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었던 스페인 독감은 2005년에 인플루엔자 A형 H1N1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조류에 기생하던 것으로 닭·돼지로 옮겨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 인간으로 스필오버 한 것이다. 2015년에 한국에서 유행하였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는 이집트 무덤박쥐와 낙타가 숙주였다.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하여 775명을 사망케 한 SARS-coV-1 바이러스는 윈난성 박쥐와 사향고양이가 숙주였으며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는 과일박쥐,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의 SARS-coV-2 바이러스는 관박쥐와 천산갑이 숙주로 지목되었다.
지난 75년 동안 대략 400여 가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는데 이중 60%가 동물매개성이고 이중에 72%가 야생동물 매개성인데 박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원인 숙주는 최초 발병자를 찾아서 그의 분비물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와 그가 긴밀하게 취급하거나 섭취했던 야생동물에서 채취한 바이러스가 유전적으로 일치하는지 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자원을 채굴한다고 벌목할수록, 별미를 맛본다고 희귀 야생동물을 비싸게 사서 먹을수록, 아프리카의 가난한 주민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부시미트(bushmeat 사냥한 야생동물)를 먹을수록, 기후변화로 사막화된 땅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야생의 숲으로 들어가 살수록, 공장형 축사에서 길러진 닭, 돼지, 소로 만든 치킨,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을수록 우리가 신종 감염병을 만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사람마다 면역체계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병을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바이러스 입자수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최소 500-1000개의 입자가 한꺼번에 코나 입으로 들어와야 발병을 한다고 한다. 닭의 뉴캐슬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100만 개가 들어갔을 때 모든 닭이 발병하였는데, 1000개 들어갔을 때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고 한다.
바이러스 입자가 많지 않은 환경이라면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덥고 습한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중력에 의해 땅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감염이 극히 어려운데 비 오는 여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산을 쓰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은 코로나 판데믹 때는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공기 중에 노출된 기침의 비말 속 바이러스는 보통 3시간 내에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환자가 지나갔다고 해서 겁낼 일이 아니다. 스테인리스나 코팅된 플라스틱 겉면에는 2-3일까지 버티지만, 마스크 표면에는 최장 7일까지 불활성화되지 않고 남아 있다.
바이러스는 외부에서 입자상태로 존재하여 감각도 이성도 없기에 시간, 장소, 칸막이를 구분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이성 있는 존재로 여겨 장소에 따라 거리 두기를 하였고, 식탁이나 교실에 칸막이를 설치하였고, 영업시간에 제한을 두기도 하였다. 그 여파로 대면 사업이 쑥대밭이 되었는데, 그것이 판데믹이 끝난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쳐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의 치명률은 약 2.6%였으나, 2008년 판데믹이 선언되었던 신종플루는 고작 0.012%, 코로나 판데믹은 0.1%였다. 유아, 청소년, 청장년의 코로나 치명률은 0.05% 정도로 자동차 사고나 자살률보다 낮았으나 ‘걸리면 죽는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위험성이 과장되었다.
사스, 인플루엔자, 코로나, 메르스, 에볼라는 물론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라도 입자 몇 개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왔다고 피를 토하고 장기가 썩어 사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일은 감기나 컨테이젼 같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에서나 일어난다. 우리 몸은 외부의 물질을 쉽게 받아들이고 굴복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종 감염병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려움은 이성의 눈을 가린다.
까마득한 고대부터 급성 감염병이 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히포크라테스 시대 의서에도 등장한다. 급성 감염병이 출몰하여 많은 사람을 해치고 갑자기 사라진 예가 많다. 그리고 천연두, 결핵, 나병(한센병), 흑사병, 홍역, 소아마비, 에이즈 등은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는 중이다. 결핵도 과거에 비해 사망률이 많이 줄었으며, 에이즈는 잠복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15년 이상 증상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사망률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홍역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어린이에서만 발생하는데 전 세계 통틀어 수 백 명 정도 발생하지만 사망률도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결핵의 사망률도 BCG, 항결핵제가 나오기 전 20세기말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나병, 흑사병도 언제부터인지 종적을 감추었다.
오랫동안 인류를 무자비하게 괴롭혔던 세균과 바이러스가 점차 인류와 평화롭게 공생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세기의 생물학에 큰 영향을 끼친 존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 1920~2004)는 한 발 더 들어가 이렇게 주장했다. 만일 병원체와 숙주가 개별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면 자연선택은 틀림없이 각자에 대해 ‘이기적’으로 작동하겠지만, 바이러스같이 숙주의 존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병원체에게 가해지는 선택 압력은 최종적으로 숙주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하게끔 이끈다. 즉 안정된 관계가 되는 것 이상으로 바이러스가 숙주의 환경 적응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감염병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강대국이다. 중국은 아시안 독감, 홍콩독감, 사스, 코로나의 진원지고, 미국은 스페인독감, 돼지독감, 신종플루의 진원지다. 강대국이 감염병의 진원지가 된 것은 당연하다. 많은 가축을 보유하고 인구가 많으며 인적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는 168명의 원정대로 8만 잉카제국 병사들을 쓰러트렸는데, 대원들의 몸에 천연두, 홍역, 발진 티푸스 전염병이 잠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가 가축으로 길들인 동물은 말, 소, 돼지, 양, 낙타, 야크, 당나귀, 닭 등인데 이것들은 전부 유라시아에서 길들여진 것이다. 신대륙 남미에서 길들여진 가축은 라마 밖에 없었으니 동물매개전염병이 유라시아가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었다. 잉카인은 침입자를 격퇴시킬 전염병이 없었으나 침입자들은 그 반대였다.
프랑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황제는 아이티의 흑인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3만 3천 명의 군사를 아이티로 파병하였지만, 살아서 프랑스로 돌아온 군사는 3천 명뿐이었다. 황열병 때문이었다. 아이티에서 생산되는 설탕을 팔아 전쟁자금을 마련했던 나폴레옹 황제는 식민지 루지애나주를 미국에 헐값으로 매각하는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러스가 무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1971년 생물무기금지협약을 만들어 서명하였다. 그러나 이미 종식된 천연두 바이러스는 미국과 러시아만 보관하고 있으며, 미국에는 1300여 개나 되는 고도보안 생물무기실험실이 있다. 코로나 판데믹의 진원지인 중국의 우한에 생물안전 최고 등급 레벨 4의 연구소가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 유출설이 제기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