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천연두나 홍역 같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 때문에 발견된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19세기말 유럽과 미국의 담배농장에서 발생한 담배 잎이 말라버리는 괴질(담배모자이크병) 때문에 발견되었다.
담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 남미에서 유럽으로 들여왔는데, 초기에는 유럽의 귀족층만 누릴 수 있었던 기호품이었다. 대량재배 기술이 개발되고 대형 담배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19세기부터 흡연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왕국이 세수 확보를 위해 담배에 세금을 물렸다. 그런데 담배 잎에 모자이크 반점이 생기면서 말라죽는 병이 퍼지게 되어 세금징수에 차질이 생기게 되자 이를 해결코자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착수되었다.
이 괴질을 연구한 세 명의 과학자가 있었는데, 독일의 아돌프 마이어, 러시아의 이바노프스키, 그리고 네덜란드의 베이에 린크가 그들이다. 아돌프 마이어는 네덜란드의 농업연구소 소장이었다. 그는 병에 걸린 담배 잎을 갈아 농축액을 만들어 건강한 담배 잎에 묻혀서 병이 전염이 됨을 확인하였으며, 여러 번 농축액을 여과시켰을 때는 병에 걸리지 않았으므로 병의 원인은 세균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바노프스키는 세균 여과기를 사용하여 농축액을 여과를 시켰다. 세균여과기는 1884년에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찰스 챔버랜드가 발명한 세균보다 더 작은 입자를 걸러내는 장치로 현재도 생물학연구와 무균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장비다. 그는 필터에 남아있는 물질은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걸러낸 물질은 병을 일으킴을 발견하고, 병의 원인이 세균의 독소라고 주장하였다.
담배모자이크병으로 파산한 부친 때문에 네덜란드의 베이에린크는 끈질기게 실험을 반복하여, 세포 밖에서는 증식하지 않지만, 세포 내에서는 증식하는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것이 바이러스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데 나중에 소아마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달걀에서 배양하여 백신을 만드는 기초지식이 되었다. 이 물질을 3개월 이상 내버려 두어도, 또 희석을 해도, 증식하지 않으면서 병원성이 줄어들지 않으므로 세균이나 세균독소가 아닌 미상의 물질이라 판단을 했으며 이것을 전염성 액상(contagium vivum fluidum)이라 명명하였다. 베이에린크는 세균보다 작으며 세포 내에서만 생명활동을 하며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낸 최초의 과학자다. 그로 인해 바이러스의 윤곽은 잡혔지만, 여전히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19세기가 끝난다.
바이러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였다. 미국 록펠러 의학연구소의 웬들 스텐리(1904~1971)가 1935년 담배모자이크병의 전염성 액상을 결정체로 분리였는데 결정체가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혔다. 1946년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바이러스의 실체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 것은 1931년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의 헬무트 루스카가전자 현미경을 발명하고 나서부터였다. 가시광선은 분해능의 한계로 3000배 이상은 볼 수 없다. 가시광선보다 훨씬 파장이 짧은 전자선을 이용한 현미경을 루스카 팀이 1931년부터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20 배율로 광학현미경보다 못하였지만, 개량을 거듭해 1933년에는 12,000 배율까지 볼 수 있게 만들었다. 1938년 독일 지멘스사가 이를 상용화하여 판매하였으며, 1939년에는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를 촬영하는 데 성공하였다. 헬무트 루스카는 평생 전자현미경 성능을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80세의 나이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1941년 히타치사에서 아시아 최초로 전자현미경을 만들어 상용화하였다. 1955년에 이미 일본에서는 일본산 전자현미경이 250대가 설치되었다. 한국에서는 1953년 경북대에 국내 처음으로 전자현미경이 도입되었는데 현재에는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에 1300여 대가 설치되었다. 전자현미경의 발명으로 바이러스학이 의학의 한 분야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다음 편에는 바이러스에 대해 독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몇 가지가 있어 이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