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뜨락1

by 애이미

인아의 어릴 적 기억은 아주 희미하다. 하지만 기억이 더 퇴색되기 전에 얼핏 얼핏 생각나는 것들의 각편을 기록하기로 작정한다. 인아는 어머니 말씀이 기억난다.

100일 기념 사진과 첫돌 때 찍은 사진 즉, 남양 분유에서 주최하는 우량아 대회에 출전하여 1등을 한 사진을 들어보이며, 그 당시 갓난애들 중에 최고로 키웠다고 자부하곤 했다. 흑색 카메라가 몇 집 없던 그 궁핍한 시대에 기념 사진을 찍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다는 부가 설명과 함께 ....

사진첩 속의 퇴색 된 옛 사진을 하나둘 일일이 들어

그사진에 담긴 날의 작은 이야기를 푸시며, 여름날 평상 위에 누워 동심초 가곡을 흥얼거리며 인아 어머니는 신이 나서 어린 인아에게 설명하곤 했다.

덧붙여서 우량아 대회 상품으로 놋그릇을 받았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시며, 그런데 그 그릇은 남의 손이 많았던 집이라 언제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ᆢᆢ

인아는 경상남도 삼천포시 선0동 00번지에서 이 0호 선생집에서 전세를 살았다. 그 주인 선생님은 인아를 예뻐하여 늘 안아 주었고, 인아는 그 동네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인아의 이마를 자세히 보면 오른쪽에 움푹 들어간 흉터가 있는데 인아의 어린 기억으로는 그 집의 대청마루 마루턱에 이마를 찍은 흉터이기도 하다.

인아의 두 번째 기억으로는 넓은 정원이 있고, 시멘트 바닥이 쭉 깔려 있던 마당과 그 마당의 끄트머리엔 하얀 남자 변기가 2개 달려 밖으로 내 보이던 곳이 기억난다. 그리고 모과나무, 매실나무, 감나무, 등 여러 종류의 과일나무가 심어져 있고, 유실수들을 손만 내밀면 마음대로 모두 따 먹을 수 있던 곳, 이탈리아 명품 에르메스 주된 빛깔처럼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잉어가 인아를 향해 눈을 크게 뜨고 하품하던 그곳.

인아가 잉어에게 질세라 그를 응시하면 입을 몇 번 끔벅거리다가 재빨리 꼬리를 치며 유유히 소요하던 그곳. 잉어 눈에 반영된 인아의 모습은 키도 작고 간도 작은 한 꼬마에 지나지 않았다. 잉어의 큰 눈길과 큰 입에 두려움을 느끼고 걸음질 쳐서 수돗가 쪽으로 나오면 넘어가는 석양을 뒤로하고 저녁밥을 차리기 위해 예닐곱 명이 넘는 뚱뚱한 아주머니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곳,

물이 귀하던 그 시절 물동이로 공동 우물물을 길러 가지 않아도 되는, 모든 것이 허용되던 그곳에서는 촬촬 흐르는 수돗물을 마음껏 틀어놓고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들의 눈엔 작은 인아의 존재는 보이지 않은 듯하였다. 어린 인아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았고 여덟 개가 넘는 방들을 넘나들며 이리저리 가 보았지만 방은 다 비어 있었으며, 넓은 집의 크기 만큼 인아는 지루하고 심심하기만 하였다.

오후의 해는 심심함을 삼키며 그렇게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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