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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Mar 28. 2024

봄의 단상

제주도의 유채꽃이 마음 설레게 하더니 마음을 다스리는 듯 수학여행 기간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한라산 등반을 할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비속에서 간 성산 일출봉의 모습도  사뭇 달랐고, 지난여름들의 가족 여행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비로 인해 캠프파이어를 못하고 숙소에 박혀 있던 우리 반 녀석들의 성화에 못 이겨 추억 만들기에 동참하였습니다.  

 난생처음 허물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같이 놀았습니다.  쇼 맨십이라도 해야 할 듯하여......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명해 있었다"란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아이들 사이에서 저는 꽤 유명해져(?)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 저는 부끄러워하고 차분함 뒤에 숨은 느슨함을 읽은 우리 반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기까지 합니다.

 학급의 요지도 학생들과 어울려서  그들 스스로 쌓은 벽을 허물고 나니 한층 가까워졌음을 느낍니다.


다음 코스로 가기 위해 모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 녀석 두 명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찾아서 숙소로 가니 머리에 드라이어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모자 쓰고 나가자고 했더니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와야 된다 하면서  학년 전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고집을 피웁니다. 

 순간 화가 났지만 외모를 최고로 여기는 요즘 일부 아이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 것인지 

개인의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전체의 입장은 경시되는 상황이 계속 일어납니다. 

결국 40분이나 지연되어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외모에 신경 쓰고 시종 거울을 들고 화장하느라고 늦게 내리고 늦게 오고.....

여행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지도도 하지 못 한 채 현장 학습 내내 머리가 지긋지긋 아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지요.


 교육은 할수록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교장 선생님 회갑 축하 겸,  학교의 벚꽃 축제가 오후에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성품이 유순하셔서 선생님들이 좋아하며 따릅니다. 말 많고, 힘든 교육현실에서 관리자가 좋은 평을 받긴 힘든데....  

그날은 하동 악양의 막걸리가 택배로 오고 모두들  낙화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교정에서 봄노래를 불렀습니다.

  올해는 2학년을 맡아 작년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습니다. 입시의 부담으로  매일 저녁 늦게까지 남아있지 않아도 되니까요.

 여독이 아직 남아 피곤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외모에 신경 쓰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갑자기 생깁니다.

 내 자식 두고 남의 자식 가르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그들 인생의 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번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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