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급 36명 중의 구성원의 성은 김씨, 이씨,박씨가 제일 많고 최씨. 강씨.라씨.채씨가 한 두명 정도이다.
그런데 올해는 출석부 1번부터 4번까지 구 씨이다. 다른반에 분산되지 않고 반편성 기준으로 돌리다보니 우리반에 다 모여 있다.
구씨들은 희소한 성이므로 전체 학년에서도 희소하고 잘 없는데 우리 반에 남학생 세 명 그리고 여학생 한 명이 배정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사촌이라고 하였다.
이들 중 가장 말 수가 적고 얌전한 삼이는 귀공자처럼 모범적이었고 곤이는 매우 활동적이고 날렵 했고 훈이는 수더분하고 미소를 머금은 점잖은 학생이다.
하루는 교장선생님과 협의를 하는 중에 교문을 가볍게
뛰어 넘어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리반 곤이었다.
' 어쩜 그리 육상선수 뜀틀 넘듯이 가볍게 뛰는지' 참 쉽게 뛰어 넘는 폼이 마치 예술적이었다.
학교장은 "저 자식 저거 어느 반이고? 담임이 교육을 어찌했길래 아이가 저 모양이냐?"
고 하며 역정을 내시길래 감히 그 자리서 우리 반이란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하였다.
난 그날 학급 종례에서 말했다.
"누군가가 교문을 월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아침 교장실에서 교장선생님과 함께 보았다."고
"누군진 모르겠으나 참 장애물 넘기의 선수급의 재능이더라고 "
했더니 아이들은 곤이를 지목하며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다. 아주 활동적이고 몸이 빨랐던 곤이는 그 동네 최고이었다.
곤이는 얼굴 붉히며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짓을 했다.
애들은 일시에 조용해졌다.
그 후 어느날 훈이의 머리가 요즘 유행하는 김정은 머리 스타일로 깎아왔다. 그 당시에 그 스타일은 대단한 센세이션이었다.
훈이의 머리를 일명 솥뚜껑 머리를 만들어 준 이는 곤이었다. 돼지털 미는 기계로 깎아주다가 양 옆의 머리가 똑같이 않아서 똑같이 하려고 자꾸 깎다 보니 어느새 머리 윗부분만 남은 솥뚜껑 머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훈이는 억울 하단 듯이 나에게 편들어 주기를 원하며 머리가 그렇게 되어 놀림감이 되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미용 자격증도 없이 컷을 했다고 하니 곤이도 억울한 듯 하소연을 하였다.
알고 보니 훈이가 머리 깎을 돈을 받아 다른데 쓰려고 이발비를 아낀다고 하니까 곤이가 이발을 해 준 것이었다. 머리 이발건은 사춘기의 우정이고 사촌 간의 인정이었다.
아이들의 놀림감과 생활지도부에 불려 가서 지도를 받지 않도록 하고 내가 먼저 교무실에서 선수를 처버림으로써 재론되지 않도록 하였다.
"곤이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월담한 것과 솥뚜껑 머리 사건 때문인가?"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내가 첫 딸을 낳았을 때
자신의 용돈 저금통을 깨어서 '갓난 딸아이 하트 우주복'을 사 왔다. 편지와 함께ᆢ
첫 담임의 일을 상기하는 글을 쓰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곤이의 아름다운 마음이 분주한 삶 속에서 산화되었던 것이 다시 살아난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 지내느라 봄의 꽃을 망각하고 살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