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13)

아빠 없는 아빠 생일

by 정현

아빠. 오늘이에요. 음력 정월 열이튿날. 아빠의 생일이에요. 나는 아부다비에 있는 동안 두 번의 아빠 생일을 전화로만 축하했어요. 그전엔 우리 항상 케이크도 불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면서 생일을 보냈는데... 이제는 선물을 드릴수도, 노래를 불러드릴 수도 없네요.


오늘 저녁엔 노트북 앞에 앉아 지난 몇 해 아빠의 생일축하 영상과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그리고는 축하영상을 만들었어요. 한 시간여 만든 영상. 아빠에게 보낼 순 없지만 식구들 카톡방에 남기려 해요. 제가 아빠생일을 축하하는 방식이에요. 맘에 드세요? 아마도 가족들은 축하 영상을 보며 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의 은유가 아빠를 웃겨주는 장면도 있으니 슬프지만은 않을 거예요.


아빠. 난 어제 성문밖 중등반 친구들과 시내에서 놀았어요. 밥도 먹고 사진도 찍고 노래방도 갔어요. 그리고 우린 서점 구경도 했어요.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하고파서 각자 읽을 책을 골랐어요. 그러다 문득 내 어린 시절 아빠가 떠올랐어요. 아빤 가끔 동생과 날 데리고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라고 했지요. 서점에서 우리 책 고르며 보내던 그 시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고마워요 아빠. 내게 그런 선물 같은 순간을 기억나게 해 주어서 참 고마워요.


사순절에 접어들었어요. 매해 그렇듯 고요하게 보내려고 해요. 내일은 밖친구들과 쓰레기도 주우러 가고 또 텃밭 디자인도 해보려고 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내일 아빠 생일날 저는 종일 아빠를 떠올리고 아빠 태어난 그날을 마음으로 축하할 거예요. 쓰레기 주울 때에도 아이들과 텃밭 디자인할 때에도... 그리고 아빠 좋아하던 채송화 심을 곳도 떠올려볼게요.


보고 싶은 아빠. 제가 아부다비에서 돌아왔는데, 이제 아빠 생일날 찾아가 맛난 밥도 사드릴 수 있는데... 우리 아빠가 없네... 우리 아빠 어딜 가셨나... 오늘 밤 꿈속에서 꼭 만나고 싶어요. 생신 축하드려요. 아빠...

아빠의 생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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