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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Mar 14. 2024

아부다비에서 온 편지(9)

코효젤리 눈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눈물이 많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요가 수련 중에 눈물이 터질 때가 종종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또 성경을 읽다가... 영화를 보면서 터지는 눈물은 말할 것도 없고.

문득 눈물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기뻐도 슬퍼도 흐르는 눈물을 누군가는 마음이 건강하다는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나에게 있어 눈물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코효젤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젤리는 수분감이 많은 젤리이고 둥그런 구슬모양, 크기는 살구정도 만한데 이쑤시개 같은 뾰족한 것이 있어야 얇은 막을 터뜨려 먹을 수 있게 된다.

동글동글 말랑말랑한 젤리처럼 지내다가도 어느 부분을 이쑤시개로 찌르듯 자극이 올 때면 이내 눈물이 터져버리는 나.

그 흔한 우울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요즈음은 슬퍼서 운다는 느낌보다는 보다 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일 때 울게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머릿속 물음표가 건드려졌을 때.

코효젤리 껍질이 톡 벗겨져 물이 주르륵 흐르듯이 내 두 눈에서도 맑고 짠 물이 흐른다.

지난 주말이 그랬다. 오랜만에 터진 눈물은 흐르고 흘러서 내 마음까지 적시게 되었던 건지 엉엉 무슨 초상집에라도 온 것처럼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뒤돌아보면 나는 어려서도 청년의 시절일 때도 마음이 복잡할 때면 곧잘 울곤 했다.

울고 나면 그렇게 후련한 거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도 뭔가 한 꺼풀 벗겨져서 깨끗해진 느낌이랄까?

내 눈물바람에 지인들은 “왜 그래?” “힘내.”하며 이야기하지만, 나는 여전히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다.

그저 이쑤시개가 가끔 나를 찔러댈 뿐.

나를 위해 울어줄 이 그 누구인가. 바로 나. 나를 제일 잘 아는 내가 아닐까?

잘 관찰하다 보면 스스로가 위로가 될 때가 많다. 혼자인 시간을 밀도 있게 지내고 있다.

외롭다거나 공허한 느낌이 없다.

더 말랑해지고 더 유연해지고 있다. 몸도 맘도 영혼도.

코효젤리 같은 내 눈물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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