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매일매일 "사랑해요", "사랑해"
나는 날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에서 가족과 "사랑해요", "사랑해"를 무시로 주고받는 것을 어색해한다.
지인들이 나에게 손녀들을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은지 가끔씩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60대의 나이에 날마다 누군가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고 사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아이들이 "할머니 사랑해요"하면 나는 "나도 사랑해"하고 답한다.
이런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주고받게 되면 아이들의 정서적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서로 교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주는데 좋은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좋을 때만 있겠는가?
손녀들이 이유식에서 일반식으로 바뀔 때쯤 몇 가지 단어를 웅얼거리며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등등을 따라 하게 하지만 용케도 아이들은 "싫어"라는 말을 가르치치 않아도 쉽게 빨리 배운다. 그래서 미운 3살, 4살이란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내 마음 같지 않고, 투정 부릴 때면 나도 힘이 빠지고 화가 날 때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칠 때에 손녀들이 말해주는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던 화도 가라앉고 지쳤던 몸과 마음이 순화되는 듯하다. 실버맘의 몸과 마음의 힘듦에 따르는 심리적 보상과 행복 호르몬을 상승시켜 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아이들이 원하는 맛있는 간식과 음식을 만들어 주었을 때, 재미있는 놀이를 함께 할 때마다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예쁜 말이 따라온다. 어릴 때는 말로만 했었는데 요즈음은 손하트, 손가락하트, 이모티콘 등 다양한 표현방법과 함께 사랑의 말을 해주곤 한다.
때로는 일상에서 작은 꾸중 앞에 아이들은 "잘못했어요"라고 반성한다.
어느 날이었다.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조용한 적막과 함께 갑자기 무엇인가 불안하였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조용한 건 무엇이지? 거실도 비어있고 아이들 방도 비어있고.... 내가 주방에서 일하느라 현관문 여닫는 소리를 못 들은 것이다. 즉시 뛰어나가 놀이터 쪽으로 향하는데 아이들이 손에 과자와 초콜릿우유를 들고 신나게 떠들면서 걸어오고 있다가 나를 본 순간 얼음땡이 된 아이들!
자기들끼리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갔다 온 것이다. 완전범죄가 될 줄 알았던 아이들의 그때 나이가 6살 8살이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굳은 얼굴로 함께 집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자기들끼리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내게 허락을 구하면 할머니가 같이 간다고 할 것 같았던 것이다.
아직은 어린 나이라 아이들끼리 편의점에 보내지 않았던 나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아이들의 호기심 충족과 나의 무사안일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허락을 구하지 않은 잘못에 대하여 꾸중과 함께 반성문을 받았다. 비록 3줄짜리 반성문이었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일로 꾸중을 들은 후에도,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할머니 안아 주세요"하면서 나를 꼭 껴안고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도 우리 예쁜 아가들 많이 많이 사랑해"라고 말한다.
"사랑해요", "사랑해".
아!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나는 이런 말 때문에라도 더욱 나의 내면과 외면을 잘 가꾸어 나가려고 애썼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말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