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손주들과 함께 운동을 해요
손녀들을 돌보며 남편과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몇 번은 여러 가지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였다.
어릴 때는 대부분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트레칭과 운동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움직임들을 가르쳐 주면서 함께 운동하였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 수업에 줄넘기가 있어 방과 후에 놀이터나 공원에서 줄넘기를 하였다.
1주일에 한두 번은 공원에서 단거리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는 손녀들과 함께 우리는 가벼운 조깅을 하였다.
할아버지는 모든 운동 전후에는 준비운동, 정리운동, 스트레칭 등을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시켰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면 민첩성과 근력이 향상되고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산책하면서 하루 동안 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의논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만 해주어도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우리의 의견을 물어올 때에는 아이들의 생각 그릇에 맞추어 쉽게 설명해 주곤 하였다.
큰 손녀가 5학년 가을 무렵 친구들이 드라마 "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엄마의 허락을 받고 몰아보기를 시작하였다. 펜싱 선수인 여주인공과 아나운서인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다룬 드라마로 일주일에 한 두 편씩 보면서 흥미로워하였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남편과의 연애시절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남편은 고등학교 때부터 펜싱을 한 아마추어 펜싱선수이었고, 나는 대학의 펜싱 동아리에서 펜싱을 배웠다.
어느 날 남편이 아이들에게 펜싱을 가르쳐 볼까 하는 의견을 내었다.
손녀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펜싱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좋아하였다.
일주일에 2번 정도 하기로 하고 먼저 펜싱을 위한 준비운동과 정리 운동을 가르쳤다.
용어와 기본예절, 펜싱 검의 구조, 기본기 등을 가르 치기 시작하였다.
큰 손녀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으로 펜싱용어, 펜싱의 역사, 펜싱 경기의 종목, 경기방식, 등을 검색하고 노트에 정리하여 우리를 기쁘게 하였다.
"어텐션(Attention / 준비)", "샬루트 (Salut / 인사)"
"마르쉐 (Marche / 전진)", "롱빼(Rompre / 후진) ",
" 알롱주 브라(Allonzes le bras 팔 뻗기)", "팡트 (Fente/공격)"
발동작 스텝이 익숙하게 되자 펜싱검을 들고 9가지의 막고 찌르기를 가르치는 단계가 되었다.
검이 필요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인용 검은 아이들에게는 무겁고 길이가 길었다.
고민 끝에 맥가이버 할아버지는 검도의 죽도처럼 연습용 펜싱검을 대나무와 나무를 사용해서 만들어 주었다.
펜싱검의 블레이드는 약간의 탄성과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나무가 적합할 것 같았다. 가드와 손잡이는 나무로 만들었다. 손잡이는 아이들의 손에 맞게 여러 번의 깎음과 샌딩으로 권총 모양의 손잡이로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연습용 대나무 펜싱검을 잡고 펜싱의 기본기를 익혔다.
복장은 트레이닝 복위에 경량 패딩 조끼를 가드로 입었다. 장갑은 아이들의 손에 맞게 구매하였다. 신발은 러닝화로 대신하고 장소는 거실의 층간 소음 방지 매트를 대각선으로 깔아놓고 그위에서 하였다.
마스크는 손녀들에게 너무 무겁고 커서 플라스틱 오징어 가면으로 대신하였다. 아이들에게 사이즈도 맞고 가벼워서 좋았다
아이들이 오징어 가면 마스크를 쓰고 복장을 갖추고 할아버지와 펜싱을 한다.
덕분에 나와 남편도 실전용 펜싱검을 들고 가끔씩 약속대련을 하면서 대학시절의 추억을 나눈다.
"에뜨 브 프레(Etes-vous pre^t/ 준비)"
" 위 (Oui /네)", "알레(Allez/시작)" , 알트(Halte/정지)"
"아따끄(Attaque/공격), 꽁 뚜르 아따끄(Contre Attaque/ 역공격)", "빠라드(Parade/수비)"
"뚜세(Toucher/ 공격 성공)"
기본기와 함께 용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
3점 또는 5점을 먼저 따면 이기는 시합을 하였다.
심판은 주로 내가 본다.
대나무 펜싱 검을 들고 펜싱게임을 하는 할아버지와 손녀들,
숨을 몰아쉬면서 구슬땀을 흘린다.
대부분 할아버지가 1점 차로 이기거나 져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할아버지가 지기도 하였다....
손녀들과 땀 흘리며 운동하며 웃음이 만발하는 즐거움으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
손녀들이 중학생이 되면 펜싱장비를 정식으로 갖추고 펜싱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