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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23. 2022

사모스 수도원(산다는 것...)

뽀이오~사모스

22.9.20.화(순례31일차, 7:30분 소요)

뽀이오~사모스(24km)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뽀의 꼭대기에 앉아있다.

7:30분, 사위는 어둡다. 어둠 속에서 산등성이 불빛들만 반짝이는데.. 더디게 일출을 기다리다.


새로운 해의 출산이 시작되는 듯, 붉은 피가 번져 나오더니  검은 대지 적시다. 점점 하늘이 밝아지면서 멀리 있는 산 색깔부터 하늘색으로 바뀌다.

의 색깔이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구나..

8:15분, 산 중턱에서 해가 떠오르더니 온 대지를 어루만지다.

일출


일출을 보자마자 새벽 공기에 언 몸을 추스리려 부리나케 다.

9:25, 깔끔한 시골 까사에서 아침을 먹고

트리아까스텔라에서 쥬스 마시고 걷는데, 저 멀리 구름로 뒤덮힌 마을 보이다.


트리아까스텔라


구름을 보며 걷다보니 밑 바닥에 가라앉았던 생각이 다시 떠오르다.


정말 사람들은 자신의 기쁨과 멀어지게 하는 사람들을 멀리 하며 살아야 행복이 유지될까?


과 함께 떠오르는  니의 모습..


국민학교 시절부터 나를 힘들게 했던 언니는 고교입시를 치를 때 자신이 다니던 이류 고교에 진학하도록 강짜를 놓았다.


그 때문에 고 1년을 슬픔과 좌절 속에서  몸부림치며 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도 언니가 고3병에 걸리는 바람에 어느 식구에게도 맘 편히 터놓고 말하지 못했다.


늘 못해준 일에 대한 투정은 많은 반면에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게 모자란 언니...


그런 언니가 제는 아예 연락을 않는다. 연락 받지 않는다.

친구도 별로 없는데 ..

언니는 외로움을 벗삼아 살아가려는지 몰라도, 쳐다보는 나는 애달프다.

만나도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멀어져 있는 지금은 더 힘들다.

어찌 잘 지내는 지, 아픈 데는 없는 지..


그래서 생각한다.

같이 있을 때 즐거움을, 행복감을 주지 않 사람들과도 함께 살아나가야 다는 것을..


늘 기분 좋은 사이 어디 있으랴?

날씨의 변화처럼 사람 간의 관계도 흐렸다 맑았다 하면서 생각을 깊이하고 자신을 성숙시킬 기회가 되는 것이지..


돌담으로 쌓아오린 집들도 폐가가 되어가고..
튼튼하게 쌓았던 저 성벽을 뚫고 뿌리를 내리는 생명의 힘을 어찌할 것인가?


돌아돌아 산길을 어가는데, 마을은 폐가로 버려져 있고 예전에 쌓았던 돌담을 뚫고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살아내려는 힘이 저리 질기고 강한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


고목들 사이의 오솔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사모스 수도원이 보였다.


사모스 베네딕토 수도원
수도원 안의 전경.         내부 통로
안내하는 수사님


6세기에 시작된 사모스 수도원은 베네딕토회 수도원으로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에 맞게 일정량의 노동과 기도를 통하여 수도 생활을 이다.

그런데 묵언 수행을 하시는 지,  그 큰 건물에 안내하시는 수사님 외에 다른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녁 7:30 미사 시간에도 네 다섯분만 미사에 참여하셔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고 미사를 집전하셨는데, 사람이 적어 그런걸까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성숫물로 순례를 위한 축복을 빌어 주시다.


벽에 거린 수사님의 표정을 보니..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혼자서 고독하게 걸어가는 수행의 길 아닐까?


산다는 것은..

앞으로만 걸어가는 여행길

함께 걷다가도

언젠가는 홀로 걸어가야 하는 길


그 길 위에 내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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