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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23. 2022

이제 100km 남았는데..

바르바델로~뽀르또마린


22.9.22. 목 (순례 33일차, 5시간 소요)

바르바델로~뽀르또마린(19km)



안개 낀, 어두운 숲을 걸어 나서는 아침이다. 사리아부터 걷는 사람도 많다더니 아침부터 줄줄이 긴 행렬을 이루다.


안개 낀 숲
줄을 지어 걷는 사람들                  안개 낀 길


8:40분. 해가 비치고 얼마 후 안개에서 벗어나다.

드디어 보이는 해
안개 없이 맑은지역


그런데 왠걸 다시 안개낀 곳에 이르고..

안개 낀 공동묘지.                  탑처럼 올린  곡식 저장고
돌탑 속의 염원들

100km 가까운 지역에 돌탑이 서있는데 작은 돌맹이, 십자가, 메모, 상본 등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무슨 염원을 담아 이곳에 올려놨을까?


100km에 이르도록 나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데..

내 걸음 하나 하나에

아이들의 안녕과

형제들의 평안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매일의 위안을

사제들에게는 영육 간의 건강을

세상의 평화와 자연의 회복도 빌어보고..


누가 아프다면 나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누구네 집 아이 낳는데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게 해달라는 기도도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내 삶의 이유를 찾게 해달라고..


하나의 조각에 모을 만큼 초점을 이루지 않아서 일까..


나는 돌맹이를, 쪽지를 끼워 넣을 수 없네



22년 9월 22일1020분,

시골 마을 아 뻬나의 들 길..

드디어 산티아고가 100 남았다는 표지석을 마주하다.

내 바램이, 기도가 답을 들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하여 걸었던가?

안전하게 먹고 씻고 자느라

별로 고생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기도를 올리며 걷는 걸음인데..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아직도 모르겠네..

이러다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도 밋밋하게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는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


성급하지 말자.

헤수스 할아버지의 말대로 돌아가서 알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11시, 안개가 여전한 지역으로 오다

976m 남은 지점
문어가 15유로를 하는 까페가 있어 들어서다. 

맛이 별로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혹시..

등짐이 없어서..

걷는 게 고행이 아니었기에..

절박하게 매달리지 않아서..


이리 밋밋하게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걸까?

싼 게 비지떡인 것처럼?


멀리 뽀르또마린 시내가 보이고.. 다리를 건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오늘도 편안하게 노을진 강가를 바라보다.


멀리 뽀르또마린 시내가 보이고.        뽀르또마린 다리
뽀르또마린 전경.          뽀르또마린 강



해질 녁 시내에서 바라 본 강 맞은 편.. 느긋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다가.. 늙으면서..    이렇게 편안한 노을처럼 사그라지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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